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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 만에 먹는 삼겹살인지

by 자작가 JaJaKa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얼마 만에 먹는 삼겹살인지.

코로나 이후 한동안 고기 집을 가지 않았으니 꽤 오랜만에 먹은 것 같습니다.

얼핏 2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동안 삼겹살이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몸을 한참 사릴 때여서 왁자지껄 술 먹는 사람들 틈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왠지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급적 외식도 자제할 때여서 고기 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삼겹살이 생각이 나고는 했습니다.

특히 목이 칼칼하거나 뭔가 먼지가 낀 것처럼 느껴질 때면 삼겹살 기름으로 목의 때를 쫙 벗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저보다 고기를 더 좋아하는 아내는 고기에 대한 갈망이 저보다 컸을 겁니다.

그럼 집에서 구워 먹지 왜 참았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소고기는 집에서 구워 먹어도 괜찮은데 삼겹살은 냄새가 빠지지 않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저희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던 때라 환기에 취약한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너무나 간절하게 먹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저는 없었습니다.

아내도 없지 않았나 싶은데 모르겠네요.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폐지되고 이사를 오고 나서 저희는 비로소 삼겹살이 맛있다는 집을 검색해서 방문을 했습니다.

그동안 삼겹살 가격이 오른 건지 우리가 간 곳이 비싼 곳인지는 모르지만 1인분에 16000원이더군요.

물론 고기질은 좋았습니다. 근데 양이 너무 적어서 누구 코에 붙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오래간만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 아내는 멸치젓에 찍어서 먹고 저는 삼겹살에 와사비를 올린 다음 명이나물에 싸서 먹었습니다.

와우, 그 맛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정말이지 맛있었습니다.

불판에 구운 마늘, 백김치, 양념되어 나온 채 썬 양파, 양파장아찌 등 그 어떤 반찬도 다 맛있었습니다.

양이 적은 것만 빼고요.


저와 아내는 고기가 구워지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인내의 시간 뒤에 황홀한 맛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저희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먹는 데 열중했습니다.

몇 번 젓가락질을 하지 않았는데 추가로 주문을 해야 했습니다.


오랜만에 먹은 삼겹살은 맛있었습니다.

목구멍의 때를 다 벗겨낼 만큼 많이 먹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제가 삼겹살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오래간만에 먹어서 기분이 업 되었나 봅니다.


오늘 저녁 외식 메뉴로 삼겹살 어떠세요?

상추에 고기 한 점 넣고 넉넉하게 두 점도 좋습니다. 거기에다가 쌈장과 마늘, 양념으로 버무린 파나 야채를 넣은 후 크게 한 쌈 사서 앞에 앉은 사랑스러운 사람의 입에다가 넣어줘 보세요.

핑크빛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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