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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by 자작가 JaJaKa

아무것도 한 일이 없더라도, 그냥 멍하니 있더라도 시간은 흘러간다. 때로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 정체한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데 나만 계속 그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만 세상 밖에 있는 듯한 느낌.


오늘 나눈 얘기가 내일이 되면 알쏭달쏭하게 느껴지고 일주일이 지나면 그때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거나 아예 잊어버리고는 한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이 며칠이지? 무슨 요일이지? 하고 달력을 볼 때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시간이 언제 이리 빨리 지나간 거야? 하고 달력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시간을 계산할 때가 있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흐름에 휩싸이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느낄 때면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내가 지금 생각한 것들은 이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고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하는 지금 또한 현재가 아니다.

늘 현재를 살라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그것이 가능한지를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저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만 계속 제자리를 뱅뱅 맴돌고 있는 것만 같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서 어떻게 하다 보니 오후가 되었고 조금 있으면 저녁식사를 걱정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얼굴 표정을 지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

하루가 저물면 언제 하루가 갔지? 하고는 시계를 보고 잠잘 시간을 확인하는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것에 감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무엇 하나 한 것도 없이 하루를 보낸 것에 아쉬움을 표현해야 할지.




때로는 잊고 싶은 기억도 있고 때로는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기억도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라고 가수 김광석이 부른 ‘그날들’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잊고 싶다고 잊을 수 있고 기억하고 싶다고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기에 나는 오늘도 부질없는 생각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어느덧 나도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자연사를 한다고 해도 이미 절반이 넘은 생을 산 것이고 사고사나 병사를 한다고 하면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아니 그 누가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변함없이 돌아갈 것이다.

내가 왔다간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고 나는 잠시 이 지구라는 별에 왔다간 티끌 같은 존재로 인식될 것이다.


그렇다. 티끌 같은 존재.

우주에서 보면 나는, 우리 모두는 다 티끌 같은 존재일 것이다.

서로가 잘났다고 서로가 더 많이 가지려 아웅다웅하지만 결국 우주에서 보면 먼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누군가가 호 하고 입으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공기 중으로 다 흩어질 티끌 같은 존재들.

그런 티끌들끼리 서로가 잘났다고 더 많이 가지겠다고 우위에 서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간 앞에서 서면 다들 겸허해진다고 하는데 나는 어떠한가?

오늘 나는 별 거 아닌 일에도 인상을 쓰고 언성을 높이고 짜증을 부리지 않았던가?

시간은 소리 없이 계속 흐르고 있건만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른 채 그저 이리저리 휩쓸리는 나 자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 시간이 나의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그저 지나가는 시간의 일부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나의 마지막 순간에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갈 것이고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이생에서의 마지막 시간일 뿐 나는 또 어디론가 다른 세상으로 가서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이유로 삶을 살아가게 될까?




시간은 흐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때로는 느껴진다.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 시간을 한없이 오래 붙들고 싶지도 않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시간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벌써 한참의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은 흘러간다. 내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거대한 시간의 물줄기가 느껴지는가?

나는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2020년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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