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글을 쓰는 나는 다른 사람인가?
내가 쓴 글을 읽을 때가 있는데 가끔은 낯설게 느껴진다. 이 글을 내가 쓴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시 너무 잘 써서 내가 설마 이런 글을?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오해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그런 뜻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잘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치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마치 두 명의 나가 있어서 글을 쓸 때의 나와 그렇지 않을 때의 나가 있는 것처럼.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이게 내 생각인가? 이게 내 모습인가? 이게 나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낯선 기분은 뭐지? 하고 느끼고는 한다. 글을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다.
에세이도 그렇지만 단편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이 이야기를 왜 쓰게 된 거지? 왜 이 스토리가 그때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거지? 진짜 이걸 내가 쓴 건가?
이럴 때는 아내에게 한번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도인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내 글을 객관적으로 읽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니깐.
“이거 내가 쓴 거 같아? 왜 나는 내가 쓴 거 같은 느낌이 별로 들지 않지? 나는 이상하게도 내가 쓴 거 같지가 않네.”
나의 물음에 아내는 어떤 대답을 할까?
“그냥 봐도 자기가 쓴 거 같아.”
“그러게. 가끔은 나도 혼동될 때가 있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
“많이 한가한가 봐.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혹시 이중에 그녀의 답이 있을까?
모르겠다. 의외의 답이 나올지도 모르니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대부분 글을 쓰고 싶거나 이제 딴 짓은 그만하고 글을 쓰는 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다.
그게 에세이일 때도 있고 단편소설일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열받거나 감정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거의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간혹 가다가 그런 상태일 때 글을 쓴 적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내 감정이 평온하거나 별다른 일이 없을 때다.
때로는 우울한 기분에 쓰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드문 일이고 내가 글을 쓸 때는 일반적인 평소의 기분일 때이다. 그렇게 들뜨지도 않고 그렇게 처지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상태.
아마 그래서 언제 어떤 기분으로 글을 썼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 글을 읽을 때 어? 내가 쓴 건가? 이 글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글을 쓸 때는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글을 쓰는 것일지도.
하나의 인격체에 다른 두 모습의 지킬과 하이드처럼 나도 글을 쓰는 나와 평상시의 나가 다른 것은 아닐까 하고 잠시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본다.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나. 이것도 소재가 되네? 하고 아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외칠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어떤 얘기를 어떻게 쓸지 몰라 망설이다가도 일단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자동으로 손이 자판 위에서 움직인다. 그때 타닥타닥, 타닥타닥 하고 들리는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이제 글을 쓰는 나가 나설 때이다. 글을 쓰는 나가 실력을 발휘할 때이다.
어떤 글이 탄생할지......
자, 그럼 부탁해.
2021년 이른 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