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전화에 축복말씀

시즌5-039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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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인분이 단편 소설로 등단하셨다.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여하튼 응모했는데 떡하니 뽑히셔서 스스로도 놀라우신 모양이셨다. 하지만 들은 바로는 20번의 퇴고를 거친 원고였다고 하니, 그만큼의 노력과 정성이면 안 되는 게 이상한 거지 싶다.






2


약간의 시샘이 올라왔다.

여우 같은 타입이라면 시샘이 올라온 나머지 살짝 비아냥 거리거나 어떻게든 지인의 실력을 폄하한 다음, 자극받아서 폭풍 집필을 할 것이다.

나는 곰 같은 타입, 속으로 '아.. 부럽다....'하고 한번 진심으로 읊조릴 뿐, 당최, 자극을 받아서 폭풍 글쓰기를 한다던지 폭풍 필사를 한다던지의 기색이 없다.

다만 시샘에 겨워 '아... 책을.... 좀... 더 .... 읽어야... 겠는...걸.....'이라고 한 번 떠올리긴 했다. 이 정도일 뿐이어서, 과연 이걸 태평하다 경계해야 할지, 흔들림이 없다 응원해야 할지... 애매하다.






3


축하 통화 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지인은 멋쩍어 하면서 화제의 중심을 내 쪽으로 돌리려 했다. 지인은 늘 그랬다. 자신에게 너무 집중된다 싶으면 얼른 화제를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지인 연배에선 자신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하기 바쁜데 지인은 그렇지 않으셨다. 나의 축하를 쑥스러워하시면서 내 칭찬을 하기 시작하셨다. 언제 화제를 바꿨는지 가늠조차 못하게 순식간에 내 글 칭찬을 하기 시작하셔서 순간 나는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4


선생님이 져니씨 글은 <다른 글 한편>과 함께 곁들어 응모하면 당선될 글이라고 하셨다. 두 번 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고칠 데가 별로 없다고도 하셨다........






5


지인이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려주시니까 들은 기억이 있다.

분명 그렇게 말씀해 주셨었다.

<다른 글 한 편>이라는 것은 아마 '중심 있는 글'을 뜻하시는 것일 것이다.

그때 글을 써서 낼 때, 재미있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웃기게 써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재미는 좀 있었지만 주제의식이나 사회의식 같은 것은 결여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다른 글 한 편>이라는 것은, 아마도 '알맹이가 있는 글'을 말씀하셨던 것 같다.




6


분명 위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난 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을까?

선생님의 평 중에 내가 기억나는 것은 단 한 마디였다.

"술술 잘 읽히던데."






7



<다른 글 한 편>과 곁들면 당선될만하다는 것은 제출했던 그 단편 자체로는 당선되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고칠 데가 별로 없다는 건, 나쁘지는 않지만 고쳐도 달라질 게 없다는 뜻 정도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건 선생님의 표현이 모호해서가 아니었다.

분명 칭찬에 가까운 말씀이셨지만, 확실하게 '칭찬이다.'라는 생각이 안 들면 나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건 나란 사람의 삐뚜름한 소심함 때문이다.

두 번째 단편을 합평 받을 때 선생님이 '술술 잘 읽히던데.'라고 하신 말씀은 거두 절미하고 칭찬의 의미가 강했고, 그 정도의 말씀이면 소심함이 발동해도 칭찬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칭찬스러운 말만 기억하다 보니 앞의 말씀을 기억 못했던 것이다.






8


지인이 그 말씀을 해주셔서 새삼 힘이 났다.

축하 전화를 걸었다가 축복 말씀을 들은 셈이다.

좋은 의도가 좋은 의미를 얻게 했다.

그건 지인이 성숙하고 좋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칭찬의 말을 떠올려주셔서 감사했고, 그로 인해 내 소심함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게 되었기에 감사했다.






9


말씀해주신 그대로를 받아들여야겠다.


내 글은 <다른 글 한편>과 곁들여 응모하면 승산 있는 글.


<다른 글 한편>이 어렵긴 한데, 뭐 쓰다 보면 그럴싸한 게 언젠가는 나오리라.

그리고 나도 응모하기 전에 퇴고 많이 하겠노라 다짐한다.

아.. 그래도 20번은 너무 많은데.......

지인은 도대체 어떻게 20번이나 퇴고하신 걸까?


미쳤었나 봐....라고 하기엔.. 지인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고..

크레이지 하셨나 봐....라고 정중하게 존댓말을... 하면.... 음.. 안되겠지?


정말 20번... 대단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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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는 것이나, 칭찬이나, 부드러움이나,

인내, 감당하는 능력 등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 헨리 워드 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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