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후기

시즌5-040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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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사활동하는 경로당에 예정 시간보다 10분쯤 일찍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같이 활동하는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기로 있었다.

경로당의 구조는 주방과 거처하는 방이 있고 화장실은 바깥쪽에 따로 있었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오셨고 나와 마주쳤다. 나는 인사를 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어르신은 의아함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시다가 입을 떼셨다.

"어디서 오셨소?"

나는 당황했다. 벌써 햇수로는 3년째 방문했는데 나를 못 알아보시는 건가?

"저, 서금요법 하러 왔어요. 뜸뜨는 거 해드리러요."

할머님은 귀도 잘 안 들리시고 서금요법이라는 말이 생소하신지, 하지만 내 얼굴이 낯은 익은데 당최 기억이 안 나시는지 복잡한 심경으로 나를 바라보시기만 했다. 그리고 결국 "아.. 예.."라고 하시고 화장실로 들어가셨다. 느낌에 끝내 못 알아보신 것 같았다. 연세가 고령이시다 보니 정신이 맑으실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약간 서운함이 내 마음에 서렸다. 이해하면서도 서운한 건 뭔지....





2


어르신 중에 귀여운 어르신이 있다. 이름에 '뫼'자가 들어가시는 분인데 그 이름도 독특하지만 평소 아주 깔끔하시고 또 어찌나 귀여우신지 마음이 흠뻑 가는 분이시다.

나는 그분에게 뜸을 떠드렸다. 모든 어르신에게 떠드리고 그분이 마지막이셨다. 저쪽에서는 선생님이 한창 어르신 손에 기마크봉을 붙여드리고 있었다. 그 기마크봉 스티커가 떨어지기 쉬워서 다시 한번 테이핑을 해드려야 하는데 선생님이 그걸 혼자서 다 하시려니까 좀 바쁘셨다. 나는 뜸 임무가 끝났기에 그분을 도와드리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한창 테이핑을 하고 있다가 귀여운 어르신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르신이 뜸의 재가 떨어진 상을 닦고 계셨다. 어련히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인데 깔끔하신 성정 탓인지 두고 보시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테이핑을 끝내고 정리할 때 보니까 상이 아주 깨끗해져 있었다.

연세가 들면 깔끔하시던 분도 어느 정도 덜 해지신다고 하던데, 이 어르신은 그 말을 무색하게 하신다. 그렇게 상을 닦아놓고 한쪽에서 조용히 계시는 그분을 보면서 정갈함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3


봉사활동을 끝내고 선생님과 나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신을 신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따라나오셨다. 아까 화장실 가시다가 마주친 나를 못 알아보신 그 어르신이었다.

어르신은 "줄 건 없고 이거 하나씩 먹어요."라며 사탕을 쥐어주셨다.

방안에서는 다른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다 챙겨주실 순 없고, 우리만 살짝 챙겨주고 싶으셔서 방 밖으로 따라 나와 몰래주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몰래 챙겨주시는 그 마음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탕이 무려 '홍삼 캔디'였다. 어르신의 건강을 생각해 자식들이 사탕마저 몸에 좋을 홍삼 캔디를 챙겨드린 것이리라. 그런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신 것이라 생각을 하니 정말 농담 아니라 감동이 되었다.





4


일주일에 한번, 이렇게 잠깐 봉사활동을 하는 게 참 기분 좋다.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난도 높은 일은 아니지만 난이도나 중요도에 상관없이 그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거기에 어르신들을 보며 느끼는 바도 많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되도록이면 건강하고 깔끔하고 정감 있는 노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한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나이 드셨을 때 홍삼 사탕 같은 거 챙겨드리는 좋은 자식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5


이상 봉사활동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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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구하지 않는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한다.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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