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41
1
예전에 봉사활동 중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봉사팀은 모두 여자들이다. 봉사하러 가는 경로당에도 모두 여자 어르신들이 계신다.
그러던 중 팀장님이 어느 하루 못 나오시게 되었다. 팀장님은 다른 봉사자 한 분을 그날 대타로 보내셨다.
내가 그 봉사자분을 경로당으로 안내하게 되었는데, 남자분이셨다.
이게 중요하다. 남자분이셨다.
아버지뻘 되시는 그분은 풍채도 좋으시고 나이가 있으시지만 얼굴에 품격이 있었다. 꽃중년이랄까, 훈훈하고 잘생기셨다. 훈남,이라는 단어가 딱이었다. 게다가 모시고 가는 중에 나눠본 대화로 볼 때 성품도 좋으셨다.
이러한 감정을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2
평소 팀장님이 아주 살갑고 꼼꼼하게 봉사하시는데, 그때는 이런 반응이 없었지 싶었다.
꽃중년 남자 봉사자님이 오시자 어르신들, 특히 좀 젊은(70~80대) 어르신들은 너무 좋아하셨다.
꽃중년 봉사자님은 아무래도 처음 뵙는 어르신들이다 보니 더 꼼꼼하게 질의응답하고 기마크봉을 붙여드렸다. 느릿하지만 편안하고 다정스러운 질문과 손길에 어르신들이 편안함을 느끼신 것 같았고 거기에 꽃중년이셨으니 보는 눈도 즐거우셨으리라.
어느덧 봉사활동이 끝났다.
팀장님이 정말 정성스럽게 봐주셨을 때는 아무 말 없으시던 한 어르신이 꽃중년 봉사자님께 말한다.
"선상님, 참 잘 보시네. 다음에 또 올 수 없으시오?"
그 어르신의 질문은 다수 어르신들의 심중의 말이었던지 모든 귀가 꽃중년 봉사자님께 집중했다.
봉사자님은 "다음에 또 올 수 있을지.. 허허..."라고 멋쩍게 웃으셨다.
우리가 돌아가는 길에 경로당 어르신들이 어찌나 상냥하게 인사를 하시던지.... 나는 봤다. 어르신들의 눈이 꽃중년분의 등에 꽂혀있던 것을.
3
<꽃중년 봉사자님의 인기폭발 사건>에 대해 지인쌤에게 말했더니 웃으신다.
그리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셨다.
4
지인 중에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데, 어느 날 하루 요양원 측에 연락을 안 하고 불시에 방문을 했대.
근데 가보니까, 그 방에 계시는 어머니와 여자 노인 세 분이 립스틱을 진하게 바르고 볼도 아주 빨갛게 발라놓고 있었다는 거야. 90세 노인들이 그렇게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으니 얼마나 놀랐겠어. 거기에 얼굴 주름에 분이 껴서 두껍고 완전 도깨비 같았대. 놀라서 간호사에게 노인들이 왜 저러시는지를 물어봤더니 간호사가 한숨을 쉬며 말하더라는 거야.
"저쪽 병실에 남자 어르신이 새로 들어오셨는데 그분이 젊으시거든요. 아침이 되면 여자 어르신들이 그 어르신 어디 있냐고 묻고, 아후, 바쁜데 하루 종일 계속 물으셔서 힘들어 죽겠어요.
5
나는 웃으면서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나이 드셔도 그런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지인쌤은 "온전한 정신에서 그러시겠어? 치매 노인이시라서, 그 남자 어르신도 여자 어르신들도 모두 치매 노인이신데. 그러시니까 걱정이지."라고 하신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정말 온전하게 나이 드시면 체면을 생각해서 화장도 적당히 하실 것 같고, 좋아하는 낌새를 잘 드러내지 않으실 것도 같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어르신들이 아기처럼 발랄하고 솔직해지신 거 같아서 귀여운 나머지 웃음이 났다.
물론 남우세스럽다는 시선이 있는 건 알지만.... 그래, 내가 치매 어르신의 자식이 안돼봐서 잘 모르는 것이리라... 그래도 이야기상으로는 귀여우시다.
6
일교차가 심해서 몸이 힘들다. 여름 되면 더워서 힘들 텐데... 체력을 다져놔야겠다.
그래야 건강하게 살아서 치매도 안 걸리고 꽃중년.... 꽃중년..... (은 본바탕이 조금 모자라니 포기하고) 동안 중년이 돼야지!
모두 모두 건강하게 꽃중년이나 동안 중년이 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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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는 주목을 얻지만
인격은 마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