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45
1
어머니는 매번 똑같은 상품의 라면을 사다 놓으신다. 너구리, 신, 짜파게티, 비빔면. 이렇게 4가지가 우리 집에서 애용하는 라면이다.
배고플 때 라면은 맛있다. 하지만 살아온 날이 길었던 만큼 라면도 많이 먹어봤고, 거기에 늘 같은 브랜드의 라면을 먹다 보니 물리는 감이 있다.
가끔 맛있게 먹어보겠다고 파, 마늘을 넣어서 끓여보기도 하지만, 사실 라면은 요기하기에 간편, 간편하기 때문에 먹는 이유가 크다. 그래서 보통은 조리법 그대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끓여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이번 주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자의 약속이 있으셨다.
아마도 그 약속 모임에서 맛있는 것을 드실 것이 분명했는데 그런 부모님과 달리, 서글프게도 져니는 집에 있었다. 혼자 덩그러니 집에 남아있는 나는 저녁을 혼자 챙겨 먹어야 했다. 냉장고에 반찬도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닥 당기지 않았고 그냥 간편하게 그러나 맛있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라면을 조리가 아닌, 요리해 먹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3
보통 라면에는 웬만한 걸 다 때려 넣어도 맛있다. 이날 라면을 먹기로 한 데에는 나름대로 재료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 전에 김치 갈비찜을 먹고 남은 양념이 있었고, 이날 점심에 먹고 남은 순두부찌개가 조금 남아있었다.
져니가 라면에 어느 것을 넣었을 것 같은가?
4
답은 둘 다.
다 때려 넣어도 맛있을 게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고기 맛이 어린 양념과 국물 맛 좋은 찌개, 거기에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 푹 끓였다. 나트륨 과다 섭취를 방지하기 위해 스프는 조금만 넣고 간을 맞추었다.
다 끓어서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는 냄비를 식탁으로 옮기고 젓가락을 들었다.
한 입 후루룩 흡입해서 먹었다.
어? 맛이?
5
맛이... 너무 맛있잖아~
짭짤한 국물에서는 진한 육수를 사용한 것 같은 맛이 났다. 순두부찌개를 끓일 때 들어간 된장 맛이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가미했고 고깃기름이 들어간 덕에 고소한 맛도 났다.
캬하~ 역시 라면은 뭘 때려 넣어도 맛있다니깐.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다면 좀 더 신경 써서 청양 고추와 후추도 좀 넣는 건데... 아쉽다... 아니, 안 아쉽다.. 너무 맛났으니깐.
7
그 라면을 먹을 때 tv에선 백종원 씨가 일본 음식점에서 닭곰탕 같은 걸 드시고 계셨는데, 막 맛있다고 감탄을 하시는데, 난 안 부러웠다.
맛있는 것을 드시고 계실 부모님도 안 부러웠다.
8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잘 끓인 라면 한 그릇, 열 닭곰탕 안부럽다.'.... 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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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우리의 공감대, 세계적인 공감대이다
-제임스 비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