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모저모

시즌5-055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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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컴미, 내 데스크톱이 맛이 갔다.

여름 더위 때문에 40도의 고열에 시달리기에 애지중지 잘 켜지도 않고 살뜰히 아끼며 이용했는데 막 블루 스크린 뜨고 그런다.


우리 컴미 어쩌나, 얘 안에 내 자료 다 있는데... 망가지면 어쩌나...


얼른 수리 기사를 불렀다.

수리기사는 포맷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쩌겠는가. 그러라고 했다.

기사는 30분쯤 걸린다고 말하고는 포맷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컴미 상태 이야기하느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는 피차 할 말이 없어서 적막이 흘렀다.

뭐, 그렇게 있어도 불편한 건 아닌데 그래도 사람 사는 게 그렇잖은가.

대화를 시도했다.




2


수리 문의 전화를 걸었을 때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기에 나는 수리기사에게 물었다.


"두 분이서 일하시나요?"


"아뇨 혼자 일합니다.


"그럼 여자분은 누구신가요?"


"광고업체 직원입니다."


알고 보니 인터넷에 광고를 내어주고 업체 쪽으로 걸려온 전화를 수리기사에게 연결해주는 식이라고 한다.


"광고비는 한 달에 얼마쯤 내세요?"


"6대 4로 나눕니다. 제가 6이지요."


"... 그건 좀 너무한 것 같은데요.. 완전 도둑놈 아닌가요? 연결만 해주고 4를?"


"그래도 광고 연결 해놓는 게 벌이가 더 나아요."


"그래도... 도둑놈들..."





3


말하다 보니 기사님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사님은 39세인데 여자친구와 3년을 만났다고 한다.


"결혼은 안 하시나요?"


"여자친구한테 말해봤는데 답이 없어요. 생각이 없나 봐요. 아직 어리니까. "


"어리면 얼마나요? 뭐 한 12살, 띠동갑 차이쯤 나요?"


"예. 11살 차이에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도둑놈..."





4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사람이 침착하고 말을 조근조근 잘했다.

나의 '도둑놈' 발언에도 피식 웃으시며 사람 좋게 넘어가더라.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니까 거기서 버럭 하면 사람 정말 이상한 거지만, 어쨌든 간에 제법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열심히 살고 있는 분인 것 같았다.

모쪼록 기사님의 연애의 안녕과 결혼까지의 골인을 기원한다.




5


내 컴미는 건강을 되찾았다.

거기에 기사님 말이 컴 작동시 40도의 발열은 보통에 해당한단다. 설사 더 높게 발열이 되더라도 불이 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원이 꺼지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어? 그래? 몰랐지 뭔가.

그동안 컴미를 너무 애지중지 곱게 다뤘나 보다.

앞으로는 강하게 다뤄야겠다. 그래야 얘가 딴 생각 못하고 잘 돌아가지.





6


나는 어제 선풍기를 안 켜고 잠이 들었다.

더위가 살짝 꺾였고 새벽엔 서늘한 바람이 창문으로 찾아들어왔다.

버벅대던 컴미도, 열 일하던 안나도 잘 작동하니 마음이 좋다.

나 자신도 잘 작동시켜서 작업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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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라.

'내가 늙어서까지도 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 외에 다른 것들은 모두 일시적일 뿐이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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