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과 나의 희비극

by 배져니





1


폰에서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저절로 전원이 꺼지고... 이상했다. 서비스 센터에 가져가서 진단받으니 너무 오래된 것이라 문제가 생겼단다.


이 스마트폰을 4년 4개월간 사용했다. 눈으로 봐선 잔 흠집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곱게곱게 사용했고 처음 사용하는 스마트 폰이어서 그만큼 애지중지 사용했었다. 고장은 아닌데 너무 예전 버전이라 시스템 문제가 생긴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정든 아이를 떼어놓는 것 같은 느낌.

어쩔 수 없게도 아쉽지만 그만 사용해야 했다.


결심하고 새 폰을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서비스 센터 아래층이 전자제품 매장이라서 바로 들렀다.

폰을 보러 왔다니까 직원은 길게 생각지도 않고 특정 폰을 보여준다. 보급형으로 나온 것이라 저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전에 쓰던 폰의 기종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

추도사를 읊듯이 애지중지하던 폰의 기종을 나직하게 슬프게 말했다.

직원은 밝게 이야기한다.


"그 기종이었으면, 여기 있는 어떤 폰을 사용하셔도 더 편리하다는 느낌일 겁니다. 모두 다."


내 폰의 액정이 팍 깨져버린 듯하게 기분이 별로였다.


그런 말이 있다.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말.


내 애정에도 불구하고 내 폰이 한물 가버린 옛 물건이 되어버렸다는 게 씁쓸했는데, 오로지 가까운 나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심경이 비극적이었다.


밝게 신상품 폰에 대해 설명하는, 본본을 다해 다른 폰들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는, 직원분은 성실하게 자신의 직무를 다 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분의 친절한 목소리가 눈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물론 눈치채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눈치 없을 수밖에 없는 직원분과 별거 아닌 이런 것에 섭섭한 나 자신을 아울러 살펴보면 이건 희극적인 듯하다. 친절하려고 설명해줬는데 상처 주고, 상처받았는데 뭐라 말은 할 수 없고.....


결국 여러 신상품을 살펴보다가 무난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새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크게 고민은 안 했다.

'어떤 폰'이든 다 '편리'하다니 굳이 머리 아프게 갈등하지 않고 깔끔하고 저렴한 폰으로 신속히 결정했다.

직원분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2


쓰던 폰은 사양이 너무 떨어져 누구에게 양도하기도 좀 그렇다.

시스템이 잘 작동 안 하니 문제가 생길 것도 뻔하고 말이다.


나는 서비스센터에서 폰을 초기화 해왔다.

그리고 앱 '텍뷰'를 설치하고 그간 모아놓은 텍스트 파일 자료들을 폰으로 옮겼다.

그렇게 해서 지하철 이동시나 강의, 병원 진료, 은행업무 대기 시간에 자료들을 꺼내어 읽으니 꽤 괜찮았다. 당분간은 이 폰을 이용해서 자료들을 읽을 생각이다.


이북리더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차인데, 일단 모아놓은 자료들을 읽으면서 마음도 가다듬고 그 사이 시중의 이북리더기 제품들이 업그레이드되길 기다릴까 보다.


직원분에게 이름 숨기고 무작정 연락해서, 앞뒤 생략하고 '내 폰은 아직도 쓸만하다고요!!'라고 말하고 싶다.


생뚱맞은 내 외침에 직원분이 당황해했으면 좋겠는데, 서비스 정신 투철한 직원분이라 "네 고객님~ 폰이 쓸만하시군요~ 더 나은 폰이 나왔는데....."라며 다시 판매 작업을 펼치실 것만 같아서 참는다. 사실 다시 판매 작업하시면 또 사고야 말 것 같은 느낌이....(-_-);;


아무튼 옛 폰은 재활용되고 있고 새 폰은 정 붙이고 있다.

매번 블랙 색상만 구입했었는데 이번에 구입한 폰은 화이트 색상이다.

더 곱게 사용해서 때 안 타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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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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