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시즌5-067

by 배져니

1


립스틱 하나를 선물 받았다. 열어보니 내가 갖고 있는 립스틱과 색이 똑같았다.

제조회사가 다른 제품인데 이렇게 색이 똑같을 수 있나,를 생각하다가 아마 유행하는 색이라서 여기저기서 모두 이 짙은 적핑크색을 생산하나 보다,라고 여겼다.

넣어두었다가 쓰던 걸 다 쓰면 사용하거나 아니면 필요한 누군가에게 줘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육안으로 보기에 한치의 오차 없이 일치하는 색이었으니까, 같은 게 두 개는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어머니는 한번 발라보자고 하셨다. 나는 똑같은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누군가에게 주려면 새것 상태에서 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반대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비글미를 내뿜으시며 "발라보자~"라고 나를 조르셨고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발라보시고 "다르네!"라고 하셨다.

보니까 정말 달랐다.




2


사용하고 있는 립스틱은 페인트처럼 입술색을 덮어버리면서 생생한 적핑크 발색이 나는데 이 립스틱은 입술색을 반투명하게 반영하면서 적색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첫 번째 립스틱은 내가 바르나 어머니가 바르시나 생생한 적핑크색이지만 , 두 번째 립스틱은 똑같이 발라도 나나 어머니나 발색이 달랐다. 본래의 입술색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른 입술색이 비쳐나면서 적색이 가미되기 때문이었다. 정말 색이 천지차이로 다르더라.

립스틱의 색을 눈으로 보고만 골라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3


입술 피부가 예민해서 아무 립스틱을 바르지 못한다. 예전에 아무거나 발랐다가 입술이 벌에 쏘인 것 마냥 된 이후부터는 립 제품은 조심해서 선택한다. 마땅히 쓸만한 립스틱이 없어서 한동안 립틴트만 바르고 다니기도 했다.

새 립스틱을 발라봤는데 입술에 아무런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어라? 이럴 리가 없는데?

나에겐 거의 웬만한 립스틱이 다 문제가 있었는데 이렇게 멀쩡할 수 있는 립스틱이라니? 어디 제품이야?

새삼스레 브랜드를 찾아보고 기억에 새겼다.




4


이제 립스틱은 어디 제품을 사용해야 할지 알았다.


근데 사실 나, 눈도 예민하다. 아이섀도 발랐다가 붓고 충혈돼서, 울고 온 사람처럼 된다. 잘 맞는 아이섀도 찾는 일만 남았다.

그걸 찾게 되면 완전한 풀 메를 할 수 있겠구나.




5


요즘 추레하게 하고 다녔는데, 화장품이 생기니 왠지 꾸미고 싶어진다.

그런 나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봐..." (출처: 엽기적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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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옷 입고 치장한 여인이다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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