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 당하는 채로

시즌5-068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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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알고 지내던 두 분의 소식을 들었다. 두 분 모두 경상도 쪽으로 내려가 계신 모양이었다. 어쩐지 도통 소식이 안 들려서 의아했는데 근처에 안 계신 거였다.

무척이나 좋은 분들이었으나, 내 입장에서 친한 척하기가 좀 그랬기에 덤덤히 지내고 말았는데 수년이 지난 이제서 새삼 그분들 소식을 들으니 되게 반갑고 기뻐서, 그래서 알았다. 그분들이 정말 내 마음에 남는 좋은 분들이었구나, 하고.





2


그런가 하면 그 소식을 전해준 분은 초면인 분이었다.

종종 마주해야 할 분이었으나 안광이 너무 형형해서 다소 얼굴 바라보기가 힘든 분이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게 거의 확실했지만 뭔가 압도 당하는 느낌이라 심정적으로 대면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앞으로 분명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위축되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 섰다. 그냥 내가 이 초면인 분 앞에서 졸아붙었음을 느낄 따름이었다. 쳇.





3


누가 그러더라.

져니는 분명 세게 생긴 얼굴인데 이상하게 센 느낌이 안 난다고. 순해 보인다고.






4


이거, 이래서 지고 들어가는 거 아냐?

미간 주름을 좀 더 진하게 만들어볼까?

아우, 쎄게 보이고 싶다.





5


뭔가 대결을 한 것도 아닌데 초면인 그분에게 눌리는 기분이 너무 강렬해서 뜬금없이 호승심이 일어난다.

대결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겨먹을 뭔가도 없지만, 어쨌거나 이기고 싶다.





6


그러나 져니는 순한 양과도 같은, 순수하고 여리고 곱고 다감하고 부드럽고...

(거기 누구냣? 집어치우라고 한 놈!)




7


언쟁은 물론이고 대결구도에서 이기는 것을 굳이 바라지 않는 심성이라 다음에 이 분을 봐도 별달리 무엇을 어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줄기 자존심이 있으니, 눈을 '똑바로' 바라봐야겠다.

겨우 그게 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 안구 건조증 있다.

뻑뻑한 눈을 부릅뜨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아는 사람만이 안다.

나는 그분 앞에서 눈을 부릅, 똑바로 뜨고 바라볼 거다, 암.





8


병을 극복하고 넘어서서 대항하는 모습.. 좀 멋지지 않나?

그런데 문제가 있으니...

그렇게 부릅뜨고 쳐다보다가 눈이 시어서 눈물이 쪼르르 흘러내리면.. 대략 난감.


아, 그냥 압도당하는 채로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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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나를 어떻게 본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에게 관계없는 문제다.

그것은 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문제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댄스 댄스 댄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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