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80
1
헤어샵에 갔다.
늘 다니는 샵에 갔는데 어쩐 일인지 여자 선생님이 안 계셨다.
남자 선생님이 계셨고 먼저 온 남자 손님 두 분이 있었다.
뭔가 샵 내부는 헤어샵이 맞았는데 분위기는 이발소 같은 기분이었다.
2
내 차례가 되어서 거울 앞에 앉았다.
남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샵이 이 남자 선생님이 인수한 것임을, 곧 남자 선생님이시자 사장님인 걸 알게 되었다.
더 자세한 걸 묻지는 못했지만 뭔가 혼자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안 왔던 2개월 사이에 이 샵에 많은 일이 생겼나 보다.
3
이 선생님은 나를 보고 말했다.
"되게 어려 보이네요.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겠네요."
인사치례이겠거니 그냥 덤덤히 말했다.
"생각보다 많아요. 어쩌면 선생님보다 많을지도 몰라요."
"띠가 어떻게 되지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걸 말하면 나이를 말하는 건데요? 그냥 나이를 물어보시지요."
4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선생님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는 말했다.
"저는 나이 많이 들어 보이나 봐요.
종종 노안이라는 소리를 듣긴 했어요.
근데 어떤 여자분이 '안경도 할아버지 안경을 썼네요.'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기분이 너무 나빴어요."
"손님이니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죠. 그냥 속으로 '너도 만만찮아!"하고 말았어요. 근데 너무 기분 나쁘더라고요. 안경'도' 라잖아요.
뭐가 더 있다는 소린 거라, 그건 뭐지 하고 한참 생각했다니깐요."
둘이 함께 웃었다.
조사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예민 혹은 섬세하다고 생각되었다. 손님과 대면하는 이런 서비스업에서는 손님과의 소통 능력이 꽤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아는 남자 지인이 다른 업종에서 그 능력이 살짝 얇아서 힘들어하는 걸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이 선생님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대화를 이끌어내는 실력이 상당하더라.
5
즐겁게 대화하다가 헤어컷을 끝내고 나자 그는 말했다.
"머리를 기르시는 중이면 지금 길이에서는 더 안 다듬어도 되니까요 2달 후쯤에나 오시면 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다.
6
컷도 나쁘지 않고 선생님도 마음에 든다.
근데 다시 안 갈 것 같다. 남자들만 오는 샵 같아서 뻘쭘해서 못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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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은 소리로 재질을 알지만
사람은 대화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