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84
1
어느 날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는 지인이 궁금해서 연락을 해봤다.
그 사이 지인은 척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척추에 메워놓은 척추 시멘트에 해당하는 그 재질이 굳기 위해서는 1여 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요양하느라 앞으로 1년 동안은 집에서 누워 있어야만 하신단다.
2
몸이 아픈 것도 안타까운데 떨어져 살던 아들 분에게 소식이 없다고 한다.
벌써 몇 개월째 행방불명이 되었다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더라.
나는 "차라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어디선가 살아있는 게 아니겠냐"라고 위로를 해드렸다.
지인분은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더라.
사망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으니 어디서 살아있을 것 같다, 고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계셨다.
무소식에 희망을 걸고 계신 그 마음이 얼마나 번잡하고 헛헛할지 예측할 수도 없다.
3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거 좋아하시고 베풀기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수업할 때 사용하는 물품이 있는데 그분은 재봉틀로 직접 주머니를 만들어 물품들을 담아 다니셨다.
깔끔하고도 편리하게 만든 그 주머니가 꽤 좋아 보여서 나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지인을 추켜세워 드렸었다.
그랬더니 그다음 시간에 지인은 주머니를 잔뜩 가져오셨다.
나눠줄 사람의 머릿수대로 주머니를 만들어서 나눠주시는 것이었다.
나도 그분에게 주머니를 받아서 요긴하게 사용했다.
옆자리에 앉은 행운으로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받기도 했었고 시험 준비 때에는 복사본 자료를 잔뜩 받기도 했었다.
4
한때 유치원 원장님이셨다는 그분은 재주도 많고 마음도 따뜻하고 친화력도 좋았다.
그런 그분이 안돼 보인 것은 몸이 많이 아프시다는 것이었다.
내막은 모르겠지만, 전에 사고를 당하시고 수술도 7번인가 하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척추 수술을 하시고.....
이미 나쁜 건강에도 봉사와 강의를 하러 다니시고 수업도 받으시러 오셨었다.
건강이 좋았다면 더 활발하고 의욕적으로 사실 분이었다.
6
나는 그분이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불행한지, 불행하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상황이 힘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머니로서의 아픔과, 좋지 않은 건강에의 고달픔과 경제적 문제에 대한 걱정과 그 이외의 문제에 대한 두려움 등. 그녀는 큼직한 문제들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 심리검사를 해봤는데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심리 타입이 나왔다고 했다.
처한 상황이 평범치 않아서 심리적으로 방황하는 모양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그녀가, 느긋하고 여유 있고 쾌활했던 그녀가 혹여 변할까 봐 걱정된다.
7
내가 요즘 신경 쓸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다.
한마디로 내 코가 석자이다.
당장 오늘 해내야 할 작업이 있는데도 나는 언뜻언뜻 지인을 생각했다.
8
모르겠다.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해줄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누워있다니깐 심심하겠다 싶어 말동무나 해드리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너무 거대한 문제들을 들어버린 느낌이다.
나는 아마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건강을 회복하고 안온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어려움을 극복하고 온화한 가정으로 회귀하는 일종의 드라마 같은 모습을 보고 싶은 것 같다.
9
수강생들이 그녀의 안부를 나에게 묻는 걸 보고, 나도 내가 그녀와 친한 사이로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연배 차이가 있어서 막역지간은 아니지만, 베푼 사람은 모를 수 있으나 받은 사람은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적지 않게 받은 나는 그녀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그녀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얼른 건강해져서 1년 후에 다시 수업에서 볼 수 있길 고대한다.
10
아울러 모든 상황들이 그녀를 연마해서 반짝이게 하기를 기원한다.
------------------------------------------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