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87
1
마감을 끝내고 한가로운 기분이 되었다가 도래하는 다른 마감 때문에 식겁하며 다시금 작업을 시작했다.
일감이 커서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없어서 더욱 부지런히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안 그러다간 마감 임박해서 '개'고생하기 십상이다.
마감 끝나고 4일을 놀고 겨우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날 하루 작업량을 따져보니, 이게 웬일? 계획보다 일찍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 이러면 하루 이틀 더 놀고 시작할까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절대 가능하지 않다.
새가슴이라 미리미리 해놓지 않으면 마감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서 안절부절못한다.
그래서 애초에 계획을 세울 때 아주 넉넉하게 일정을 잡는다.
가끔 굉장히 합리적으로 적확한 양을 적확한 일정으로 짜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나는 그들이 불안해 보인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변수가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예비 시간 없이 딱 맞춰서 정해놓나 싶어서이다.
별 일없으면 딱 떨어지는 일정이겠지만 정말 만약의 일이 생긴다면 별수 없이 무너지게 될 일정이니까 말이다.
2
그렇다고 너무 여유 있게 일정을 짜놓으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작업 진행이 더디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 단점을 감수하면서도 여유 있게 짜 놓는 이유는 일단 완성을 해야 마감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넉넉한 시간분배를 해놔야 최소한 작업물을 완성할 수 있으니까. 미완성 작업물을 받아줄 곳은 없으니까.
3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성을 해야 한다.
작업물의 수준은... 나는 그냥 기도한다.
부디 저쪽에서 마음에 들어 하기를.
4
사실 실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느는 것도 아니고 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거니까,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그 과정에서 실력이 쌓였을 것이라고 기대할 뿐이다.
그 내재하는 실력을 발휘해서 작업물을 완성했고, 저쪽이 어떤 사인을 내보일지 기다리고 있다.
5
이웃 블로그 두서너 분이 어떤 뭔가에 도전하다가 여의치 않게 되신 것 같았다. 짧게 서너 줄 심경을 쓰셨는데 잘 안된 후의 씁쓸한 하지만 덤덤한 글이 인상 깊었다.
인간적이고 여운이 남는 글이라서 순간 감정이입이 되더라.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 이런 기분이지....
6
마감을 마친 작업물이 내 마음처럼 저쪽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실망이야 하겠지.
팔리지 않은 물건을 들고 지하철 상인이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저에겐 다음 칸이 있으니까요. 다음 칸으로 갑니다."라 했고,
이순신 장군은 "소인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했으며,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지.
그들을 본받아 져니도,
누가 그러는데 내 명이 길대. 그렇담 해볼 만 하지.
라고 조그맣게 웅얼거려본다.
7
없는 실력 쌓아가며, 있는 재주 다져가며, 있을 거라 믿는 운을 불러들여가며, 다음 마감까지, 그냥 막 고군분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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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크리스티 매튜슨(야구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