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프 카드

by 배져니
20160727-난초 사본.jpg



1주일에 한 번, 음료를 사 마시곤 한다.

주로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30분가량 남을 때 그 카페로 간다.

사장님은 예쁘신 여자분, 자주 가다 보니 그분 아이가 초등학생 3학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끔 카페에서 벗어난 곳에서 마주칠 때도 알은척하며 인사를 나누곤 한다. 사장님이 싹싹하고 붙임성이 좋다.


그렇다 보니 그 근처에 갈 때면 자주 들르곤 한다. 사장님은 내가 미처 생각 못하고 있을 때에도 먼저 스탬프 카드를 달라고 해서 꼬박꼬박 도장을 찍어주셨다.

도장 10개를 다 채우면 1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카드였는데, 도장 9개가 찍혔을 때 지인과 함께 가서 1잔을 주문하고 다시 쿠폰을 이용한 무료 1잔을 서비스받아서 마셨다.

쿠폰 도장을 다 채워서 서비스받는 것이 드물었던 나로서는 뭔지 모를 성취감이 느껴지더라.

그렇게 그날 쿠폰 서비스를 받아서 기분 좋게 음료를 마셨다.



그 후 어느 날, 용무가 있어 움직이다가 다시 시간이 떠버려서 나는 그 카페로 갔다.

사람이 제법 몰려있어서 사장님이 바빠 보이셨다.

나는 아이스 카페 모카를 주문하고 계산을 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인사 이외의 별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사장님은 늘 먼저 스탬프 카드를 가져오셨냐고 물었었는데 그 날은 바쁘셔서 챙기시지 못하시더라. 그래서 새 스탬프 카드를 만들지 못했고 도장도 받지 못했다. 악착같이 쿠폰을 챙기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다음 주, 나는 그날도 역시 시간이 떠서 그 카페로 갔다. 한산했다.

나는 자몽에이드를 주문했고 사장님은 반갑게 인사하시며 스탬프 카드를 내주세요,라고 하셨다.


"아, 전에 왔을 때 스탬프 카드 만들었어야 하는데 바쁘신 것 같아서 그냥 말았어요. 카드 새로 만들어주시겠어요?"


"그래요? 네."


잠시 후 통통 하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리더니만 사장님, 스탬프 카드를 건네주신다.

그런데 스탬프가 찍혀야 하는 10칸의 공간 중에 8칸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


"어?... 뭐가 이렇게 많이....?"


"그 정도 마시셨어요~"


"어...? 너무 많은데.... 저......"


"맞아요. 그 정도 찍혀야 맞아요."


"... 어..... 어... 네... 고맙습니다......"


너무 강력하게 맞다고 하니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야 두 번만 더 마시면 공짜 음료를 마실 수 있어서 좋지만... 그래도...... 좀 더 열심히 '아니에요..... 그동안 이렇게 많이 사 먹진 못했어요.'라고 반박했어야 했나? 불로소득마냥 괜히 신경 쓰인다. 쿠폰 쓴 지 얼마 안 됬었는데. 아마 사장님이 기억하시면서도 그냥 8개를 찍어주신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공짜 음료에 눈이 멀어서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자문을 해본다.

한 3할 정도는 그런 이유도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왠지 부도덕한 사람인 것처럼 자꾸 양심이 두근거린다.


누구는 몇십억을 편취하는데 그래도 나는 음료 한잔 값이 안 되는 쿠폰 도장 8개를 느닷없이 얻었을 뿐이지 않느냐고 변명하고 싶다. 아직 음료를 얻어 마시지 않았으니 지금은 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사장님의 호쾌한 선심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나는 일종의 죄를 짓는 것이리라.


아.. 나는 왜 쿠폰 도장 8개 때문에 고뇌를 하는가?

아... 사장님은 왜 도장을 8개나 찍어주셔서 나를 고뇌하게 만드시나?

아... 사장님, 나뻤떠.




---------------------------------------------------------------


사람을 비추는 유일한 램프는 이성이며, 생의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유일한 지팡이는 양심이다.


- H. 하이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잘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