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23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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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곤함이 극심한 상태에서 어학강좌를 듣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잠이 슬쩍 든 와중에 잠들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강좌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을 소리 내어 따라 했다.

내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의식도 흐려졌다. 나는 잠이 들었다.


잠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머니께서 나를 깨웠다. 흠뻑 잠에 취해있으면서도 언뜻 어머니가 국수를 해먹을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씀을 하셨던 게 생각났다. 어머니는 나를 다시 깨우셨다.


"일어나서 국수 먹어. 안 먹을 꺼야?"


나는 눈도 못 뜬 채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말했다.


"... 먹어야지..... 먹... 어야지..... 아이 원트.... 투 이트 국수.... 누들...."


잠들기 전에 듣던 어학강좌가 영어강좌였는데 그 영향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저렇게 말해놓고는 그대로 곧장 다시 잠들었는데 잠결에도 영작을 하는 내가 대견해서 흐뭇했다. 아마 잠든 나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을 듯.

(이런... 영어능력 초급자인 걸 다들 알아차려 버리겠군...(-_-) a)

아무튼.... 앞으론 꿈도 영어로 꿔 봐야겠다.







2


어머니가 등에 손을 대시며 "여기... 좀..."이라고 하셨다.

당연히 가려우신가 보다 생각,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고 그 부위쯤을 대략 긁어 드렸다.

한 번을 긁었을 따름인데 어머니가 깜짝 놀라신다.


"왜요? 가려우신 거 아녜요?"


"아니야. 긁혔어."


살펴보니 12cm 정도의 긁힌 붉은 상처가 있었다.

살짝 딱지도 생겨 있었는데 내가 긁어서 그 조그마한 딱지 몇 개가 떨어질랑 말랑했다.


"어디서 이렇게 되신 거예요?


"수영복을 입고 벗을 때 이렇게 상처가 나네. 왜 그런지 몰라."


연고를 발라드리고 거즈를 댄 후 반창고를 붙여드렸다.

별 거 아닌 상처이긴 했으나, 이젠 어머니가 다치시면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다.


어릴 적에 내가 아프다고 하면 어머니는 왜 건강 관리를 못하고 아프냐고 화를 내시곤 했는데, 그땐 되게 섭섭했는데 그 심정을 이젠 나도 알겠다.


그래서 나도 화를 내고 싶어 졌으나.... 사랑의 표현이라고 여겨지기보다, 버릇없는 불효의 느낌일 것 같아서 자제했다.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다면 다정하고 친절하게 소중하게 대해드려야지.


아물지 않은 딱지 몇 개를 떨어지게 한 게 내내 죄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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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품어라. 꿈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인형과 같다.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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