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100
1
노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더워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데스크톱 컴미가 노쇠하여 우엉~하는 소음을 내뱉고 열도 어마어마하게 발산한다.
노트북 안나는 제법 조용하지만 이 녀석도 은근 열이 많이 발생한다.
겨울에는 뜨뜻하고 좋았으나 여름이 되니 애물단지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작업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방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도 없고.
에이, 참.
더위 만든 놈 누구냐고, 불러다가 혼꾸멍내야겠다고 벼르다가 하늘의 신이 날 째려보는 것 같아서 그냥 다시 '에이 참' 한번 하고 시선을 피하고 있다.
2
어머니가 미용실에 갔다가 원형탈모 증세를 미용사가 알려줬다며 와서 토로를 하신다.
두상 뒤쪽에 지름 5cm 정도의 빈 공간에 솜털처럼 머리칼이 새로 자라나고 있었다.
그간 머리가 길어서 안 보였던 모양이다.
"어쩐지 거기가 따끔따끔하더라."
"뭐 걱정되는 거 있었어요?"
라고 여쭸다.
어머니도 당신이 무슨 걱정이 있나를 생각해보시는 것 같았지만 별다른 게 없으신지 침묵하셨다.
우리집 상황이 잔잔하고 평온해서 걱정거리가 없다시피 한데 원형탈모라니?
우리 어머니한테 이딴 거 주는 사람 누구야?
나는 화가 나서 하늘을 째려다 보았다.
하늘이 잠잠했다.
3
그런데... 내가 하늘님한테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
울 가족 모두 건강하고 잘 사는 게 따지고 보면 하늘님 덕분인데.
거기에 내가 울 부모님과 오빠를 만난 건 축복인데.
그뿐이야, 가족들이 모두 검소하고, 허황되게 도박 같은 거 안 하고, 성실하게 사는 거.
그런 것도 다 하늘님이 보살펴줘서 그런 건데.
4
내가 자잘자잘 스토리를 시즌 5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내 의지력과 노력과 성실함의 덕이 컸지만, 하늘님이 상황을 만들어줘서 가능했기도 하지.
내 결단력과 자아실현에의 욕구가 크게 작용했지만, 하늘님이 우리 집 안온하게 만들어서 내가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고 하늘님이 격려해줘서 내가 시즌 5를 끝낼 수 있었지.
어쨌든 하늘님. 고마워.
근데 하늘님, 내가 곧 시즌 6 시작한다는 말을 했나?
하늘님, 홍보 좀 해줘.
그러면 머리칼도 나고 있으니까, 어머니 원형탈모 사건은 내가 용서해줄게.
5
하늘님에게 딜 하는 져니.
6
시즌 5를 마무리합니다.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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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다.
- 스탕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