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01
1
영어학원에 잘 다니고 있다.
영어선생님은 꽤 재미있는 분이다.
물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저 단어 몇 개와 제스처를 보고 상황을 유추할 뿐이다.
그런데도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확실한 웃음 포인트를 가지고 말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2
수업 중에 <중매결혼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각자 하나씩 장점을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뭐라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영어가 도통 들리지 않는다.
다만, 조건을 보고 맺는 결혼이라서 조금 경제적 여유가 있을 수 있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정해주면 결혼해야 했는데 그건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 나온 것 같다.
져니는 그 화제에 끼어들고 싶었다.
대략, 살다 보면 그 남자가 그 남자고, 그 여자가 그 여자라고 하더라. 결국 누구와 결혼하더라고 거기서 거기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당최 영작이 안되었다.
얼른 폰을 열어서 음성 번역기를 켜고 핵심문장만 말해봤다.
"거기서 거기이다."
이런 표현이 나올까 싶어서 번역기를 돌렸는데, 나오긴 나왔다.
'거기서 거기'는 두 음절이었는데 번역기가 내놓은 단어는 심지어 한 단어였다.
"There"
화제에 끼어들려는 마음을 접었다.
3
영어 수업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있어서 두세 명의 새로운 수강생이 입실했다. 그중 한 명은 젊은 축에 속하는 남자였는데 우연히 그가 교실 문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봤다. 앉아 있는 모습을 봤을 땐 잘 몰랐는데 굉장히 키가 커 보였다. 그의 머리가 출입 문틀의 상단을 닿을랑 말랑하더라.
여하튼 굉장히 큰 거인족에 해당하는구나 싶었다.
수업이 진행되고 선생님은 그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영화 보기라고 했고 선생님은 어떤 장르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거인은 말했다.
"Romance"
덩치가 그렇게나 큰 사람이 섬세한 감정 선의 로맨스 물을 좋아한다니까 의외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듯 하다. 뒤쪽의 여사님들이 풋~하고 웃으시더라.
4
영어 수업이 끝나고 내가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수강생 한 분이(나이 지긋한 분들이니 샘이라고 지칭하겠다.) 근처에 값도 싸고 맛도 좋은 파스타 집이 있다고 하셔서 급작스레 먹으러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시간이 되는 총 네 명은 그 음식점 쪽을 향해 걸었다.
아직은 세력이 약해지지 않은 더위 탓에 땀이 났고 생각보다 오래 걸어가야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막상 파스타 집은 "금일 휴업"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비어있었다.
차선으로 근처 괜찮아 보이는 중식당에 들어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이라 장사를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근처의 순댓국집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갔다.
나는 배가 고픈 터라 순댓국이 맛있긴 했지만, 파스타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는데 순댓국으로 결론이 나버리니 약간 아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더라.
5
요즘 져니의 일정은 여유 있다. 큰 작업도 끝났고 당분간 바쁠 일이 없다.
슬렁슬렁 영어수업 예습 쪼끔 하고 나면 딱히 꼭 해야 할 일도 없다.
맨날 일하던 사람은 노는 것을 못한다고 하던데, 져니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노는 거, 얼마나 쉽게요?
6
노는 게 적성에 딱 맞지만 그렇다고 정말 계속 놀 수만은 없는 법.
져니는 새 작업을 궁리 중이다.
우선 차분히 하던 일을 재개하면서 조금씩 작업량을 회복해나갈 생각이다.
일단.....
7
<자잘자잘 스토리 시즌 6>을 시작합니다.
<자잘자잘 스토리는> 져니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를 내보이는 글입니다.
되도록 즐겁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 중이며,
기왕이면 유쾌하고 상쾌한 이야기를 선보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들러주시는 분들, 환영합니다.
읽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읽고 웃음 짓는 분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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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시작부터 해야 한다.
-레스 브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