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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Nov 16. 2019

자잘한 이야기 05

시즌6-011






1


기초화장품을 다 사용해간다. 어머니는 얼마 남지 않은 내 화장품을 보시고 "하나 사다 줘야겠네."라고 하셨다.

며칠 뒤 어머니는 정말 기초화장품을 사오셨다. 근데 화장품이 한가득이었다.

알고 보니 1+1 행사를 하고 있어서 스킨, 로션, 크림을 구입하셨고 그것들이 모두 쌍쌍으로 들어있었다. 거기에다 직원이 샘플과 팩을 한가득 서비스로 넣어준 모양이다. 쇼핑백 가득 화장품이 잔뜩 들어있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새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기도 했고, 이게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는데, 새 화장품이 잔뜩 있는 걸 보니 뭔가 되게 부자가 된 느낌인데다가, 아직 사용해보지도 않았지만 화장품이 풍성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피부가 고와지고 한결 예뻐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이면 느낌 상으로는 한 달 안에 양귀비 피부 저리 가라 할 정도가 되겠더라.


아직 사용하던 화장품은 1/5이 남아있다. 한 번에 두 번 펌핑하던 화장품을 세 번씩 펌핑하여 사용하고 있다. 새삼, 몇 주 안에 다 사용할 수 있을지 눈으로 측량해보고, 크림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았는데 저녁에만 바르던 그것을 아침 세안 후에도 사용하는 등, 부지런을 떨기 시작했다. 그게 다, 얼른 다 쓰고 새것 쓰고 싶어서 그렇다. 저녁에만 바르던 크림을 아침에도 발라주다 보니, 피부가 한결 덜 건조하고 뽀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뭔가 '신경 써주면 값을 받는구나' 싶기도 하고, 이 상황이 다 새 화장품이 생겨서 일어난 것이니, '예뻐질 것 같은 기분만 드는 게 아니라 실제 고와지게(?) 만드는구나'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간에 나는 지금 화장품 부자.

아.. 얼른 새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싶다.... 기존 것을 네 번 펌핑... 그건 좀... 안되겠지?






2


화이트보드 마카가 말라버렸다. 뚜껑을 허술하게 닫아놨었나 보다. 검정 마카가 그렇게 되고 나니 사용할 수 있는 마커는 빨강밖에 없었다. 

빨강이로 계획과 일정을 적어보니, 뭔가 비장미가 흘렀다.

'사색에 빠져보기.'라는 계획을 적으며, 


'사색'을 해보자는 것에 비장미가 흐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빨강은 너무 쓸데없이 새빨개서 비장한 나머지, 숫자만 써놔도 심각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즉시 검정 마카를 구입했다.






3


그러고 보니 내 립틴트가 새빨간 색이다.

쥐 잡아먹은 것 같다는 부모님의 살가운(?) 평이 있으셨지만 난 막 바르고 다녔다.

너무 비장미가 흘렀을까?

새삼 반성하게 돼서 앞으로는 옅게 발라야겠다.






4


잠이 너무 많이 온다.

먹기도 되게 많이 먹는다.

난 곰이 아닌데 왜 곰의 행태를 닮는 것일까?

곧 겨울잠에 빠질 것 같다.






5


겨울잠에 빠지면 새 기초화장품은 언제 바르지?

자느라 못 바르면 안 되는데. 고와지려면 맨날 발라야 하는데.

하지만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잠을 많이 자면 피부 고와진다는데.






6


잠을 잘까? 기초화장품을 바를까?






7


독자를 생각하게끔 질문을 던지는 글이 좋은 글이라던데.

잠 아니면 화장품?

어때? 내 글, 좋은 글? (아얏!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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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쓴 글은 너를 가장 많이 닮아 있다.


-아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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