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듣다가 있었던 일들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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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강하고 있는 옷 만들기 강좌는 심리적으로는 쉽게 느껴지는데 실습은 어렵다.

수강생들은 교재를 사용하는데, 수강생에 따라 교재와 그 교재의 개정판, 이렇게 한 종류의 두 가지 버전 교재들을 사용하고 있다. 참 괜찮은 책이긴 한데 그 책에서 설명의 잘못이 간간히 있다.

이번 스커트 만드는 과정에서 재봉질이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를 따져야 했고, 가위 집을 주는 곳이 위냐 아래냐를 따져야 했는데 여간 헛갈리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올바르게 알려주셨는데 책 안의 잘못된 설명에 선생님조차 휩쓸려 좀 헛갈려하셨다.


구 교재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으나 개정판은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책을 보다가 뭔가가 이상해서 선생님께 언급했고 그로써 두 책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찬찬히 보시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내셨다. 그리고 혼란에 겨워했던 수강생들에게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런데 보아하니 또 이상한 게 있었다. 이미 한 번 나서서 말했던 터라, 또 나서긴 좀 그랬다. 수줍음도 타서 주목받긴 싫고 해서, 옆의 언니분에게 먼저 말한 뒤, 그 언니분이 선생님께 문제제기를 하셨다. 그것으로 다시 한 번 수업 내용의 변동이 있었다. 올바른 쪽으로 말이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었는데 실상 내가 칭찬을 받거나 인정받는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나 혼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전에 배울 때에는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하라는 대로 행하고, 소매의 앞뒤도 헛갈려하며 겨우 진도 따라가기 급급했는데, 이날의 나를 보라! 이제 나는야 문제점까지 발견해내는 여자~

아우, 대견해, 아우, 기특해, 아우, 예뻐 죽겠어~~


문제점을 발견해내는 기특한 여자인 나는, 그러나 실습에는 무지하게 취약해서, 이날도 실기를 엉망으로 했다. 높이 치솟았던 기분이 폭삭 내려앉았다.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이라니. 좀 침착해져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도를 닦아야겠다.











2


옷 만들기 강좌를 같이 듣고 있는 고운 언니는 아들만 둘이시라고 한다. 큰아들이 고1, 둘째 아들이 중학생인데 날이 더워서 힘들다고 아들들도 더워한다고 하셨다.

누진세 때문에 에어컨을 켜기가 좀 꺼려지시냐고 물었다. 에어컨이 없다고 하신다.


"아, 그러시구나. 선풍기로는 견디기 힘든 날씨긴 해요."


"선풍기도 사용 못해요."


"왜요?"


"선풍기가 두 대 인데 아들 둘이 하나씩 차지하고 사용해요. 회전도 못하게 한다니깐요. 그래서 아들들 학교 가면 선풍기 바람 쐬려고 '언제 가나?'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웃었다. 선풍기 회전도 못하게 한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속으로 '지독한 놈들인데.'라고 생각했다.


"와, 언니, 언니는 좋은 엄마시네요. 우리 집엔 거실용 에어컨, 벽걸이용 에어컨 이렇게 세트인 걸 샀는데 거실이 넓어서 전기 많이 쓰게 된다고 거실용은 안 켜신대요. 그래서 안방 벽걸이용 에어컨을 켤 테니 더우면 안방으로 오래요. 저는 제 방에서 할 일들이 있는데 안방 가서 뭐하겠어요. 딸은 열대야에 시달려서 시름시름 말라가는데 우리 어무니 아부지는 안방에서 찬바람 맞으시며 시원하게 주무시더라고요. 딸은 열대야에 시달려 밤잠을 못 자는데..... 참, 내."


이번엔 언니가 웃는다.


지독하게 덥긴 덥다. 입추를 맞이하고 나니 확실히 더위가 덜하지만 여전히 땡볕 세상이다. 말복은 지나야지 더위가 가라앉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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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더위에 괴로워하는데

나는 여름 해가 긴 것을 좋아하노라.


-소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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