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27
1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와중에 약국을 찾았다.
다름 아닌 5부제 적용되어 마스크를 살수 있는 날이어서 눈에 띄는 약국이 보이면 곧바로 들어가 구입할 생각이었다.
천천히 걸으며 차근차근 약국들을 지나쳐왔다. 그 약국들 유리문에는 하나같이 A4용지에 인쇄된 글들을 붙여놓았다.
"마스크 품절"
"공적 마스크 아직 입고 안됐음."
"마스크 없습니다."
"공적 마스크 떨어졌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글은 이것이었다.
"마스크 아직 안 들어왔음.
언제 들어올지 저희도 몰라요."
수도 없이 질문을 받았나 보다.
'저희도 몰라요.'라는 구어체의 문장이 그분들의 고단함을 짐작 가능케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날렸다.
2
버스를 탔다. 버스의 좌석은 만 원이었고 나는 그중 어느 아주머니가 앉은 의자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버스 안은 사람이 꽤 많았는데 조용한 편이었다.
그때 의자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소리를 냈다.
"에이취!"
대단히 큰 소리여서 나는 놀랐고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아주머니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도 놀랐는지 순간 눈을 치켜뜨며 좌중을 살폈다.
당황스러워하며 눈알이 앞에서부터 우로 다시 뒤쪽으로, 시야가 허락되는 모든 범위를 훑고 지나갔다.
눈치를 보는 그 모습, 나는 그 모습에서 아주머니 눈알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또르르륵.
뭔가 좀 웃음이 났지만 웃지 않았다.
설마 이분이 코로나 19에 걸렸겠어? 하고 넘어갔지만 코로나 때문에 긴장된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좀 예민해진 면이 있었다.
웃기엔 버스 내부 분위기도 좀 무거웠었고 말이다.
3
온라인에서 결제한 마스크는 13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다.
성질이 나서 취소시키려다가도, 늦더라도 배송이 되어 받으면 그 아니 좋겠나 싶어 꾹 인내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나를 참을성 많고 끈기 있는 사람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역시 위기가 사람을 만드나 보다.
-----------------------------------------------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 벤자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