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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Mar 14. 2020

저희도 몰라요

시즌6-027





1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와중에 약국을 찾았다.

다름 아닌 5부제 적용되어 마스크를 살수 있는 날이어서 눈에 띄는 약국이 보이면 곧바로 들어가 구입할 생각이었다.

천천히 걸으며 차근차근 약국들을 지나쳐왔다. 그 약국들 유리문에는 하나같이 A4용지에 인쇄된 글들을 붙여놓았다.


"마스크 품절"

"공적 마스크 아직 입고 안됐음."

"마스크 없습니다."

"공적 마스크 떨어졌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글은 이것이었다.


"마스크 아직 안 들어왔음.

언제 들어올지 저희도 몰라요."


수도 없이 질문을 받았나 보다. 

'저희도 몰라요.'라는 구어체의 문장이 그분들의 고단함을 짐작 가능케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날렸다.





2


버스를 탔다. 버스의 좌석은 만 원이었고 나는 그중 어느 아주머니가 앉은 의자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버스 안은 사람이 꽤 많았는데 조용한 편이었다.

그때 의자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소리를 냈다.


"에이취!"


대단히 큰 소리여서 나는 놀랐고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아주머니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도 놀랐는지 순간 눈을 치켜뜨며 좌중을 살폈다. 

당황스러워하며 눈알이 앞에서부터 우로 다시 뒤쪽으로, 시야가 허락되는 모든 범위를 훑고 지나갔다. 

눈치를 보는 그 모습, 나는 그 모습에서 아주머니 눈알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또르르륵.


뭔가 좀 웃음이 났지만 웃지 않았다. 

설마 이분이 코로나 19에 걸렸겠어? 하고 넘어갔지만 코로나 때문에 긴장된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좀 예민해진 면이 있었다.

웃기엔 버스 내부 분위기도 좀 무거웠었고 말이다.





3


온라인에서 결제한 마스크는 13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다.

성질이 나서 취소시키려다가도, 늦더라도 배송이 되어 받으면 그 아니 좋겠나 싶어 꾹 인내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나를 참을성 많고 끈기 있는 사람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역시 위기가 사람을 만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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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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