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Mar 21. 2020

새로운 종의 탄생

시즌6-028






1


언젠가 직장 다닐 때 한 지인이 그랬다.


"인간 때문에 멸종하고 죽는 생명이 많은데, 사실 에너지 불변의 원칙에 따르면 새로운 종의 생물들이 탄생해야 옳지 않나요? 

이러다가 인간만 사는 지구가 되는 건 아닌지, 원."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생명체에 대입해서도 말할 수 있는지 잠깐 의심했지만 나는 대꾸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새로 막 나타나고 있잖아요."


"아하!"


가볍게 던진 말을 마치 유레카 외치듯이 탄복하는 지인을 보며 나는 손을 잠깐 멈췄다. 그는 계속 말했다.


"에이즈도 생겨났고... 조류 독감도 발생했고... 정말 그러네. 앞으로도 또 새로운 세균과 바이러스가 나타나겠군요."




2


그로부터 지금까지,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 열병, 광우병, 메르스, 사스, 코로나 19...

내 말이 씨가 된 것인 양 찜찜하다.

나는 단지 미생물학과를 다녔기에 그런 쪽으로의 생각이 좀 있었던 것뿐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 멸종이 된 동물도 여럿이고 멸종 위기종으로 등록된 동물도 여럿이다. 

그 동물들의 빈자리, 혹은 비워지게 될 자리를 어떤 생명체가 차지할까?




3


벌이 멸종하면 인간은 4년 이내에 멸종한다,라는 말이 있고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개미이다,라는 말도 있다.


벌 만큼이나 자연에 유익한 활동을 하지도 않고

개미만큼의 개체 수를 가지지도 못하면서도

인간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산다.

가끔은 핵 놀이도 하지 않던가.


아무튼 인간 때문에 멸종된 생명들이 어쩌면 정말 바이러스로 환생했을지도 모른다. 




4


왜 사람에게 해로운 바이러스로 태어났니?


내가 전생에 파란 영양이었는데, 목초지에서 풀 뜯고 있는 나를 인간이 잡아가서 동물원에 가두고 평생 구경거리로 살게 했어. 

나는 그 부자유함, 좁은 잠자리, 친구들과의 분리.. 정말 화났어.


그렇군, 화가 나서 인간을 혼내주고 싶었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틀리지?


인간을 혼내주고 싶은 건 맞아. 하지만 화가 난건 아니야.


화가 난 게 아니면.. 뭐가 어땠는데?


가슴에.. 응어리가 맺혔어.


응어리가 맺혔어?


더 정확히 뭐랄까.. 울화? 그것보다는.... 그렇지 한!


한?


응, '한'이 맺혀서 인간에게 꼭 복수를 하고 싶었어. 독수리로 태어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코로나 19로 태어나겠다고 말했지. 

난 암컷이라 오뉴월 아프리카에 눈이 내리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한'을 풀기로 했어. 

인간을 괴롭히자,라고 결심했지.


녀석... 쯧쯧. 곧 백신이 나올 거란다.


야! 나, 여자라니까! '녀석'이 뭐야! 다시 말해!


이년아. 곧 백신이 나온다고.


그런다고 내가 좌절할 거 같아? 다른 바이러스로 환생하지 뭐.




5


지금껏 코로나 19 바이러스 중, 별칭 파란 영양과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6


그냥 환경과 상황이 척박해지니 뭐가 잘못되었을까 생각해봤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리수거를 좀 더 꼼꼼히 하는 것,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니는 것 정도.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것도 충분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착용으로 더 이상의 전파를 막고, 분리수거를 행함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가상의 파란 영양의 한을 조금 풀어줄 수 있을지도 않을까?




7


아무튼 큰일이다. 

사망자만 해도 90명이 넘었다.

모쪼록 위기를 잘 넘어가기를 기원한다.




------------------------------------------------



친절은 행복한 전염병.


-괴테

매거진의 이전글 저희도 몰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