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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04. 2020

자잘한 이야기 09

시즌6-030






1


친척 어르신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어르신에게 부여된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셨는데, 요양원에선 코로나 19때문에 면회자도 받지 않아서 가족조차도 어르신을 잘 만나 뵙지 못한다고 한다.

어르신의 따님에게 걸려 온 전화를, 한적한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받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다.

한동안 말소리가 문 밖으로 들리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잠잠하길래 나는 살짝 가서 문을 열어보았다.

어머니는 방에 앉아계셨고 옆에는 어머니만큼이나 조용하게 폰이 놓여있었다.

조용한 줄 알았다.

젖어서 붉어진 어머니의 눈가를 보고, 그 눈동자가 허공 어딘가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추억을 더듬어 읽으시는 것이 보였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한창 휘저어지고 있는 복잡하고 소란한 모습이었다.





2


"부모님과 같은 존재인데... 돌아가시면......"


다시 눈물지으시니.... 그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냥 안아드렸다.





3


안아 드릴 때. 신경을 많이 썼다.


어머니가 나에게 의지하도록,

어른스러운 딸처럼 어깨를 감싸 안을까?


아니면 이 애물단지 때문에 힘내야겠다, 생각하시도록,

아이처럼 가슴팍에 안기듯 안을까.


결론적으로는 둘 다 아니다 싶어서 어떠한 맥락이나 의미도 없이,

옆에 앉아서 어머니 허리를 두르며 안았다.





4


엎어치나 메치나 거기서 거기이다.

결론은 그냥 안아드렸던 것뿐이다.

사소하고 작은 고민이 어머니를 그렇게 안게 했고 그건 내 고민의 흔적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자잘한 것이지만, 

내 마음은, 그래도 그게 그렇게 그냥 그렇다는 거다.


어머니를 어떻게 안아드릴 것에 대한 내 고민이, 그냥 그렇게 그렇다는 걸 그렇듯 느껴지는가?





5


모쪼록 어르신이 편안하셨으면 좋겠고, 어머니도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한다.


모든 게 순리대로 흘러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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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삶은 죽음으로 끝난다.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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