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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11. 2020

자잘한 이야기 10

시즌6-031




1


외국에 사는 친구에게서 거리 사진 한 장을 받았다.

횡단보도에도, 인도에도, 넓은 차도에서도 사람이라곤 지인 가족이 유일했다. 

너무 휑한 거리 모습을 보니 정말 코로나가 경계대상이구나 하고 자각했다.

'너는 괜찮나?'를 묻자 친구는 '나, 확진자'라고 했다.


"뭐? 확진자? 너 걸렸어?" 


내가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묻자 친구는 대답했다.


"살이 확 쪄서, 확 찐자이지."


참 내, 순간 놀랐다가, 웃고 말았다.





2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첫째 딸이 임종을 앞둔 어르신 귀에다 대고 '엄마,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날게.'라고 하자 

울고 있던 둘째 딸이 급하게 '엄마, 나도.'라고 했다더라."


둘째 따님의 말은 애달프면서 귀여워서, 슬픈 와중인 걸 알면서도 뭔가.. 웃고 말았다.





3


코로나 19 앞에서 긴장하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여린 인간들이지만, 

그냥 넋 놓고 있다거나 울고만 있지는 않는 걸 느꼈다.  

다행이었다.






4


창밖 저쪽 축대 위에 개나리가 만발했다.

여실히 봄인데,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봄을 누리기 보다 숨어있어야 하는 탓이다.

안 그랬으면 봄꽃 놀이, 소풍, 야외 데이트 등 싱그럽고 즐거운 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코로나 19 녀석을 제압할 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냥 혹한의 겨울이라 생각하고 집에 박혀있는 게 나을 듯하다.

어쩌면 약이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 봄을 혹독한 겨울이라고 칭해도 틀린 말이 아닐지도.





5


한낮에, 저쪽 축대 옆 계단에는 흑백 얼룩 색 고양이가 온몸을 뻗어 기지개를 펴고 곧 여유 있게 앉아서 볕을 쬐이며 그루밍 하는 걸 봤다.


저 녀석만 봄을 맞이했구나. 


질투까지는 아닌데, 약간 부럽더라.

어서 인간에게도 봄이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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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천 가지도 넘지만, 건강은 단 하나뿐이다.     


-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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