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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18. 2020

자잘한 이야기 11

시즌6-032



1


아침에 어머니가 수제비를 해주셨다.

일어나자마자 식사를 하려니 입맛이 다소 없었다. 비몽사몽간에 먹었는데도 맛이 꽤 좋았다.

별생각 없이 다 먹고 설거지를 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침 입맛이라 맛이 없나 봐."


그 아침에 육수를 끓여내고 반죽을 하고... 번거로울게 분명한데도 수제비를 끓여주신 어머니의 수고스러움이 퍼뜩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수제비에 다슬기도 잔뜩 들어갔고 채소도 들어가 있었다.


"그 채소가 혹시 '아욱'이었나요?"


어머니는 그렇다고 하셨다.

비로소 나는 알았다.

아욱 된장 다슬기 수제비였다. (https://blog.naver.com/pitfall0825/220707927438)

영혼까지 치유되는 힐링 음식.

내가 맛있다고 칭송해 마지않던 울 어무니의 예술 음식.


어머니는 야심 차게 만드셨는데 별 반응 없이 먹기만 하는 부녀가 약간 섭섭했던 모양이셨다.

사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맛있다고 해서 만들어줬는데 반응이 없어? 괘씸한!'


...라고 화를 내실만도 하고 그에 대해 부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어머님의 섭섭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맛있었다고, 어쩐지 맛이 좋더라고, 

처음엔 간이 싱겁게 느껴졌는데 좀 먹다 보니 간이 맞아서 딱 좋았다고, 

입맛 없어서 아침을 먹을까 말까 했는데 별식을 먹으니 입맛이 돌아왔다고, 

마구 수제비의 만족스러운 맛을 표현했다.


어머니의 안녕하심이 나의 안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 노력의 말에 어머니 기분이 안녕해지신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2


415선거일에 투표하러 가니 입구에서 진행요원 분이 체온을 쟀다.

귀쪽을 겨누고 재는가 싶었는데 그분이 "어?"라고 하셨다.

뭔가 긴장되어서 쳐다봤더니 "다시 잴게요...... 어.. 어?"라고 하신다.

이쯤 되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저번 주에 미술 전시회 보러 나갔었는데 그때 혹시 코로나 감염이라도 된 거 아닐까?

나, 외출한 거 그거 밖에 없는데, 설마.. 진짜?

아니야. 아까 샤워하고 혈행이 좋아져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높게 나온 거 일수도 있지.


눈만 끔벅이며 진행요원을 쳐다봤더니 그분이 "이상하네... 다시 한 번이요."

그러고는 이번엔 이마를 겨누고 체온을 쟀다


"네, 됐습니다."


그분의 오케이 사인에 한순간 안심이 되어서 한숨을 푹 쉬었다.

투표하러 왔다가, 건강검진을 받는 줄 그리고 격리 선고를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한순간 심장 쫄깃했다. 

코로나 19로부터 벗어나는 안전한 날이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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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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