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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25. 2020

자잘한 이야기 12

시즌6-033








1


요즘 흥미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썰'을 풀자니 그 내용량이 방대하고 또한 그 비밀스러움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어서 어디다가 말할 데 없어서 답답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자니 마땅한 갈대밭이나 대나무밭도 없다.

그냥 나는 알고 있는 바를 입 밖에 내어본다.


나, 안다.


....라고. 

결국 장난으로라도 내뱉지 못하는 말이어서 혼자 되뇌고 만다.





2


주민센터에 볼 일이 있어서 갔는데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보니까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었다.

공간 저쪽에서 전담원이 배치되어 접수를 하고 있었다. 좀처럼 줄지 않을 것 같은 긴 줄이 이어졌다. 

그사이 다른 한편에서 용건이 해결된 져니는 소리 없이 스륵 주민센터를 빠져나왔다.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주민센터에서 막 나오신)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옆에 와서 말을 걸었다.


"요즘 사람을 안써서 큰일이에요. 나는 파출을 했는데 요즘 다 집에 있는 마당에 누가 사람을 쓰겠어요. 안 그래요? 한 푼이 아쉬워서 재난 지원비 신청하러 왔죠."


나는 그녀를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으나 시국이 시국,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은 '선량한 자'인지, '호의를 가진 자'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가방 속을 더듬어 지갑의 유무를 확인했다.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세상이라 생판 모르는 사람이 친근감 있게 다가오면 기분이 좋기보다 경계심이 생기곤 했다.

파출부 일을 하신다니, 그에 대해 궁금함이 많아서 그녀에게 [영화 기생충]을 봤느냐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경계심 때문이었다.

여자분에겐 미안하지만 좋지 않은 의도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의심한 나는, 

집으로 향한 두 갈래 길 중에 그녀가 가지 않을 것 같은 길로 방향을 틀어서 빠져나오며 안녕을 고했다.




3


요즘 딸기를 많이 맛보고 있다.

아버지가 산에 가셨다가 돌아오시는 길목 어느 시장에서  딸기를 싸게 팔고 있기에 사오셨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다.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아시고 이틀에 한번 꼴로 계속 사오셨다.

그러시다가 오늘,


"이제는 못 사 와."


"왜요?"


"딸기가 비싸져서 이제 시장에다 안 갖다 놓는대."


...라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근 2주가량 딸기를 넉넉하게 먹어서인지 기분이 좋다.

비타민도 막 충전된 거 같고, 피부도 뽀송해진 것 같고 

기분이 좋고 막 막 막 만족스럽다.

딸기야, 내년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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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는 것의 비밀은 시작하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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