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May 02. 2020

자잘한 이야기 13

시즌6-034




1


식료품을 폭풍 구입했다.

아버지를 위한 안줏거리와 나를 위한 소스, 어머니를 위한 간식을 주문했다.

그중 어머니를 위한 식료품에는 누룽지가 있었는데 이게 문제였다.


웹상에서 여러 회사의 각기 다른 누룽지가 많았는데 그중 가격과 무게를 따져보니 특출나게 저렴하고, 

제조사도 식료품으로 인지도가 있는 곳이 있어서 신뢰감이 생겨서 지체 없이 결제했다.

그런데 받고 보니 이게 3kg 짜리인 것이었다.

전에 어머니가 "00아주머니가 준 누룽지가 그때그때 간편하게 끓여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다 먹어서 아쉬운걸."이라고 하셨었다. 

져니는 그 말을 기억했다가 이번에 어머니 눈에서 감동의 눈물을 뽑아내겠다고 작정(?) 하고 거침없이 주문했는데 택배를 받아보니 3kg.

너무 큰 것이다.

어머니는 감동의 눈물 대신 핀잔의 말을 뽑아내셨다.


"3kg? 맨날 누룽지만 먹고 사냐?"


그러게요. 3kg이 저렇게 많을 줄 몰랐네요. 크흑... 눈물이....




2


타박 받는 나를 보고 아버지가 웃으시며 


"술 한 잔 하자. 골뱅이 내와라."


라고 하셨다.

골뱅이는 아버지 안줏거리로 산 게 아니라 골뱅이 소면 해 먹으려는 심사로, 그러니까 내 몫으로 산 것이었다.

하지만 속이 상한 져니, 주저 없이 골뱅이 캔을 따서 안주 삼았다.

술은 집에서 만든 담금주, 솔잎 소주.

향이 좋지만 맛이 좀 독했다. 


크흑.... 어머니, 누룽지 혼자 다 먹고 죽을래요........


..라고 주정을 하고 싶었으나 술이 독해서 한 잔만 마셨더니 취하질 못했다. 그래서 독하게 주정도 못했다. 크흑.




3


3일에 걸쳐 7가지 식품이 배송되어 왔다.

배송 속도에 만족한다.

식품 하나는 다른 업체에서 오전에 주문했는데 그날 오후에 도착했다.

우와, 홍길동이 형님 하겠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택배기사님을 만나게 된다면,


기사님, 어떻게, 누룽지 좀 드실라우?


...라며 뜬금없이 누룽지를 대접하고 싶다.






--------------------------------------------------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한국 속담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한 이야기 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