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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May 16. 2020

자잘한 이야기 14

시즌6-035




1


날이 화사하다.

일이 있어서 외출한 날, 목적지 건물에서는 손 세정제를 뿌려주고 체온을 측정한 후에 들여보내줬다.




2


다니던 영어학원은 아직도 휴관이 안 풀렸다.

지금 재시작해도 총 6개월 예정의 수업 중 3개월을 받는 정도일 텐데

계속 이렇게 휴관이 지속되면 학습일 보다 휴일이 더 많게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원 측에서 별도로 개설하던 온라인 수업을 나도 신청할걸 그랬다.





3


한동안 한자 공부하다가 여의치 않아서 멈췄는데 다시금 한자를 익혀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접착 메모지 1매에 한자 두 자를 적어 한쪽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접착 메모지는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게 그대로 붙어있는가 싶다가 나중에 보면 떨어져 있다.

집어서 다시 붙여도 결국에는 떨어졌던 게 또 떨어져 있곤 했다.

그런가 하면 그대로 붙어있는 것들은 주로 포스팃, 3M 접착 메모지들이었다.


홍보할 생각은 없지만 절로 칭찬이 나온다.

역시 3M!





4


외출할 수 있는 건강함,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노트북, 

접착 메모지를 덕지덕지 붙여도 간섭받지 않는 내 방, 한자 책과 포스팃. 

그 외에도 수채화 붓, 물감, 아르쉬지, 각종 펜과 책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이 제법 갖춰져 있어서, 

생각보다 져니는 풍요롭게 살고 있구나 새삼 자각하게 되었다.




5


근데 다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것들만 있다. 내 방 안에서는 그 흔한 고무공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나는 활동적인 여자이기 보다 천상 얌전한 여자인가? 

어? 노랫말이 떠오른다.




6

나는 나는 얌전한 여자.

당신이 원하시면 얌전한 여자로 살겠어요. 

하지만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지.

당신을 향해서 난, 나는요.

얌전한 고양이 같은 여자가 되고 말래요.





7


트로트 가사 같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던데....음.. 이렇게 된거 제목을 붙여볼까?

제목은 [얌전한 여자], 홍진영 씨가 불러주면 좋겠다.

예쁘고 호감형이고 맛깔나게 노래도 잘부르니까, 원픽이다.

근데, 푸후훗, 내가 써놓고 내가 한껏 웃고 있다.

방안에 앉아서 별 생각을 다하는군, 싶다.



8


아무튼 너무 집안에 있었더니 좀이 쑤신다.

조심스럽게 바깥활동을 살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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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슬픔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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