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37
1
휴대하기 좋은 접이식 키보드를 사고 싶었다.
사실 귀엽고 편리하고 좋긴 하겠지만 딱히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품은 아니었다.
일종의 사치품이라 해야 옳았다. 나는 나를 설득했다.
져니야, 너 미니멀 라이프 지향한다고 그랬잖아.
짐만 늘어날 뿐이야.
설득에 실패했다.
2
고민 끝에 주문을 했다. 갖고 싶었고, 있으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물건이었다.
한껏 기대하며 결제를 했는데 다음날 판매자 측에서 품절이라며 주문 취소를 도와드리겠다고 문자가 왔다.
3
다시 다른 판매처에서 주문을 했고 이번에는 무사히 집까지 배송이 되었다.
그런데 시험 사용해보니 일부 부품이 고장처럼 보이는 형태가 나타났다.
그래서 이번엔 교환 처리를 해서 돌려보냈다.
4
뭐 이렇게 갖기가 어렵나?
돈 주고 산다는데 왜 이렇게 구입이 어렵지?
이 물건은 나와 인연이 없나?
5
겨우 접이식 키보드 하나에 '인연' 운운하는 게 좀 우습기도 하다.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을 얼마나 많이 오래 했는지 모른다.
그 '얼마나 많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세어보고
그 '오래'가 몇 개월간이었던가,를 헤아려보면 후우.
그렇게 장고 끝에 결제했는데 떡하니 '품절!'
후에 겨우 받아본 제품에 떡하니 '이상 발견!'
김이 새고, 돌려보낼 때는 ...'정말 인연이 없는가' 하는 마음이 절로 들더라.
6
어쨌든 상품은 택배기사님이 회수해 가셨고 나는 마음의 상흔을 쓰다듬고 있다.
이런 져니의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는 사람, 핸즈 업!
7
의외로 여린 사람들 많던데.
져니의 아픈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음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쪄니는요 위로바꼬 시퍼욤. 언니 오파들, 쪄니 호오 해주떼요.
더할 수 있는데 의외로 비위 약한 분들이 계실 듯해서 그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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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계속되는 불행은 없다.
가만히 견디고 참든지,
용기로 내 쫓아 버리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한다.
-로망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