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39
1
눈이 가려웠다.
전날 가려워서 엄청나게 눈을 비볐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따가워졌다. 괴로웠지만 더 문질렀다가는 눈에 문제가 생길까 봐 겁이 나서 참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안과에 갔다.
수년 동안 안과에 간 적이 없긴 했다.
그 수년 전에 가던 안과를 찾아갔더니, 마사지 샵이 들어서 있고 안과는 없어졌다. (이거 의논도 없이 없어져도 되나?)
그 주변 약국에 근처 안과의 존재를 물으니 알려준다.
10분을 걸어서 찾아가 안과에 접수를 하고 다시 10분 후에 의사를 만났다.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가려워요."
의사는 눈을 살펴보며
"알러지가 있으시네요. 그렇지만 심한 건 아니니까 약 처방해드릴 테니 눈에 잘 넣으세요."
그러고는 끝이 났다.
물 한 컵 마시는 시간보다도 더 짧았기에, 그리고 나 되게 괴로웠는데 심하지 않다고 하니 뭔가 좀 당황스러웠다.
정말 심하진 않은가 보다 싶어 괜찮아지기도 했고, 또 요즘 안 그런 병원이 어딨나 싶다.
2
원래 집에서 컴 붙들고 앉아서 작업하는 게 대부분인 칩거인(?)이다.
그런 칩거인도 너무 오래 집에 있으니 슬금슬금 나가고 싶다. 거리두기가 중요한 때라 그럴 수 없어 멍하니 방을 둘러볼 뿐이다.
그러다가 책장 위에서 먼지가 쌓여가는 롤 종이에 시선이 꽂혔다.
수채화반에 들어가서 이 아르쉬지를 사야 했을 때 가격이 꽤나 사악해서 그냥 일반 종이에 그리겠다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도구가 표현력에 도움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값을 치렀던 생각이 난다. 아르쉬지를 방치한 게 꽤 오래 전이라서 내심 종이가 누렇게 되거나 곰팡이가 피었거나 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말끔하다.
지금으로서는, 사악한 몸값의 녀석을 방치하는 건, 그림을 망치는 것보다 더 나쁜 것 같다.
롤로 말려있는 녀석을 50% 정도 재단했다.
조만간 수채화를 다시 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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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진주가 없어져서,
이것을 찾기 위해 별다른 값어치도 없는 촛불이 사용된다.
-탈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