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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20. 2020

치과 에피소드

시즌6-040




1


치과에 다녀왔다.

예전에 이를 때울 때 사용된 물질이 떨어져 나가서 그걸 해결해야 했다.

어머니는 슬며시 "김민혁(가명) 치과"로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이 나이가 지긋하신데 세심하게 잘 보시고 거기에 돈 벌 생각 안 하시고 꼭 필요한 재료만을 추천해서 치료해준다고, 한마디로 실력도 좋고 양심적이어서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한번 가봤다. 그런데 흰머리의 남자 선생님은 안 계시고 젊은 여의사가 진료를 보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건가?




2


치아를 치료하는 데에 통증이 올 염려가 있어서 마취를 했었다.

치료를 받고 입을 헹구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머금은 물이 자꾸 새어 턱 아래로 흘러나왔다. 순간 당황했다.


뭐지? 풍이라도 왔나?


이내 마취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임을 자각했으나 잠시 잠깐 풍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쪼끔 비참하고 절망적이었다.

그 덕에 건강함에 대한 열의가 조금 생겨났달까? 운동해야겠다.





3



치료는 재빠르고 신속하게 끝났고 수납도 매끄럽게 끝났다. 

다음 예약을 잡기 위해 간호사가 병원 명함을 꺼냈는데 명함에 두 줄 선이 그어져있다.

김민혁이라는 이름에 줄이 가있고 그 아래 김영선(가명)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나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왜 선을 그으셨나요?"


"아.. 이제 김영선 선생님이 하시게 되었거든요, 아직 명함 준비가 안돼서 쓰고 있어요."


"김민혁 선생님은 언제 나오시나요?"


"그게 선생님이 올 2월에 돌아가셨어요.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지요."





4


집에 와서 어머니께 그 사실을 알리니 어머니가 안타까워하셨다.


"그때 갔을 때 선생님이 몸이 안 좋아서 쉰다고 하더니만... 그새 돌아가셨네... 그때 부원장이라고 여의사가 있었는데 딸이라고 하더라. 그 딸이 하게 됐나 보다."




5


아버지가 터놓은 길을 딸이 아름답게 닦아갔으면 좋겠다.





6


간호사님은 치료받고 바로 너무 뜨거운 거는 먹지 말라고 했다. 3시간 이내에 물 이외에는 안 먹는 게 좋다고도 했다.

아픈 건 불편하다. 

2시간 후 집에서 비빔 물냉면을 해놓으셨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먹었다.

일단 물로 된 냉면이고 후룩 넘기면 물인지 면인지 모르게 잘 넘어가니까 치아도 속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2시간 반이 지났을 무렵 마셨다. 꿀떡꿀떡 마셨다. 마신 거다. 물은 됀다고 했잖아


이렇게 먹는 냉면이 유난히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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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진 것에 대한 욕망으로 가진 것을 망치지 말라. 

하지만 지금 가진 것이 한때는 바라기만 했던 것 중 하나였다는 것도 기억하라.


Do not spoil what you have by desiring what you have not; 

but remember that what you now have was once among the things you only hoped for.


-에피쿠로스(Epicu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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