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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27. 2020

콧김이 푸슉

시즌6-041




1


어머니와 외출을 하게 된 나는 옷장을 뒤져서 주섬주섬 옷을 골라 몸을 꿰 넣었다.

그렇게 꾸민 옷차림은 패턴이 들어간 블라우스에 흰 바지 차림이었다.

어머니는 보고 계시더니 


"허벅지랑 다리에 살이 쪄서 스키니 바지 같네."


..라고 하시며 다른 옷을 입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다. 나는 그럴 시간을 아껴 얼른 갔다 오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설득, 우리 모녀는 그대로 바쁘게 집을 나섰다.





2


날이 화창하고 습하지도 않아서 꽤 쾌적했으나 너무 한낮에 나선 것이 큰 체력 소모를 가져왔다. 

휴식 겸 충전 겸 어머니와 나는 어느 커피숍에서 과일 에이드 2잔을 시켜놓고 마셨다. 

어머니는 음료 쟁반을 나르는 나를 찬찬히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집에) 가면 흰 바지 내다 놔라. 빨게."


"빨래한다고요? 아직 4시간도 채 입지 않았는데.. .. 흰 바지에 뭐가 묻었어요?"


"아니.."


"그럼 왜요?"


"살쪄서 뚱뚱해 보이니까."


"그래서요? 왜 빨래한다는 거예요?"


"빨아서 살 빠질 때까지 숨겨두려고. 못 입게."


살쪘다는 말을 이렇게 듣는 것도 황당한데, 또 그 와중에 나는 엉뚱한 어머니가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딸을 너무 막대한다는 생각에 콧김이 푸슉 나오기도 했다.


"아니, 어머니는 뼈 때리는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신다니깐요. 내 참."


어머니는 미안하신 건지 그래도 빨래해서 넣어두겠다는 의지 때문이신지 눈빛을 반짝이며 웃으셨다.

나는 다시 한번 콧김을 푸슉, 한숨과 함께 내뱉으며 웃었다.




3


음료를 다 마시고 나가려는 즈음, 늘씬한 여자 2명이 옆자리에 와 앉았다. 그들 중 한 명이 에취! 하고 세번쯤 기침을 했다.

그 매장 안의 사람이래야 주방 쪽과 카운터 사람들, 그리고 어머니, 나 정도였는데 그녀는 당황한 듯했다.


"나 코로나 아니야!"


그녀는 앞의 동행에게 말했지만 왠지 '다들 들으세요, 저 안 걸렸으니 긴장하시지 마세요.'라는 느낌이라서 귀엽더라.

웃느라 다시 콧김이 푸슉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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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He that can have patience can have what he will.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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