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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l 04. 2020

자잘한 이야기 16

시즌6-042




1


한해의 절반이 지났다.

나의 상반기는 좀 흡족치 못했다.

초반에는 작업물을 여러모로 진전시켜봤으나 뒷심을 잃어서 멈춰져버렸고 또 의욕과 달리 협조하지 않는 체력을 어찌하지 못했다.

체력, 그 녀석이 반성하여 협조 모드로 전환할까 싶어 배신자라고 자극적인 명명도 해봤지만 귀가 먼 놈인지, 원. 정말 내 마음 같지 않은 놈이었다.



2


오래전에 피트니스를 3년간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체중 감량의 효과를 조금 보긴 했으나 사실 나는 부모님의 걱정에 등 떠밀려서 억지로 피트니스를 등록했었다. 

그 당시 우리 집이 오래된 집이라서 난방이 취약했고 때문에 겨울이면 욕실의 냉기가 장난이 아닌지라 손발만 씻는 데에도 덜덜 떨어야 했다. 

그래서 피트니스는 나에게 주된 운동 수단이기 보다, 그날그날 따뜻하고 쾌적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마지못해 등록했으나 나름의 효용이 있었던 이용시설이었다.





3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1년에 몇 번 못 보는) 전시회 관람을 못 볼까 봐 노심초사한 것을 빼놓고는 큰 불편을 못 느꼈다. 

난 천성이 집순인가보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등록한 외국어 수강이 멈추고, 연기되고, 무기한 기다리게 됐을 때는 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건강과 체력에 신경 쓸 나이라는 게 느껴지며 운동을 해야겠다고, 피트니스에 등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때 알아보니 코로나 때문에 피트니스는 이용자가 없다고 했다.

그게 2월이었고 지금이 6월이 끝나는, 7월의 시작 시기. 

다시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피트니스가 여전히 한적하거나 휴관하고 있거나 그런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4


근래에 체력 저하로 예정에 없이 쉬는 날이 많았는데, 어차피 쉴 거 그냥 팍 널브러져서 쉬면 좋았을 것을, 


'오늘 컨디션이 좀 좋아졌으면 움직여볼까? 작업이 늦어졌는데...' 


라며 꼼지락거리다가 외려 더 피곤해지고.... 

쉬는 참이라도 그냥 팍 쉬는 건 뭔가 죄짓는 것 같아서,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는데 스스로 못 견디겠기에 뭔가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잠시 의문에 잠기긴 했다.


'누구를 위한 눈칫밥인가? 

그걸 왜 내가 양푼째 한가득씩 퍼먹는가?'




5


한해의 절반이 지났고 나머지 절반이 남았다.

하반기에는 좀 더 수월하고 개선되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작업 추진율도 체력 정도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싶은 건 당연하겠다.

기분전환과 건강관리를 위해, 나가서 작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이래저래 활개를 치고 싶다. 

그러나 뇌를 가동해 궁리를 해봐도 무난한 방법은 내 방에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아직은 위험한 시기이니까. 해서 결론 내렸다.




6


코로나 19, 이놈! 네가 원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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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과 끈기는 모든 것을 이겨낸다.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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