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44
1
친구가 하늘로 떠난 지도 6년째이다. 그녀의 어머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그간 내 쪽에선 사는 게 바빠서 전화를 못 드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화를 드리면, 자꾸 우셔서 난감해 차일피일 미룬 점도 있다.
당시 어머님에게 나의 목소리는 딸의 부존재를 극명하게 느끼게 하는 슬픔 촉발제였다.
그래서 전화를 드리면 늘 울음을 내보이셨고 난 그걸 아니까 난감함이 깊어져서 안부 전화드리는 걸 피하게 되더라.
2
1년 반만의 통화였다.
어머님은 아들 며느리 이야기를 하시고, 수술한 무릎과 수술을 해야 하는 다른 쪽 무릎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실내생활이 얼마나 답답한지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그리고 ... 그랬다. 하늘로 간 딸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그랬다. 어머님은 울먹이셨다.
3
"애들 아빠가 죽은 건 이제 다 잊고 괜찮아졌는데, 딸은 안 그래. 잊히지가 않아."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어머님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4
요즘 집에서 한가로이 뻗어 누워 가만히 있으면 언뜻언뜻 그 친구 생각이 난다.
당시 야망으로 가득 찬 나와는 달리, 작은 동네 밥집에서 랜덤으로 나오는 반찬이 맛있으면 '좋은 한끼를 먹었다.'면서 좋아하던 친구였다.
내가 '발전, 장기적 계획, 하루 할당 업무'등에 신경 쓸 때, 그 친구는 정말 자잘한 것들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유유자적 살아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5
울먹임 소리가 잦아들며 어머님은 진정하셨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한 번 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1시간여의 통화가 끝이 났다.
6
그녀가 하늘로 간 그 해보다, 올해가 더 슬픈 것 같다.
정말 좋은 사람의 진가는 세월이 흘러보면 느낄 수 있나 보다.
요즘 같은 날이 되니 더욱 그녀의 부재가 아쉽다.
한바탕 수다 떨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인데... 보고 싶다.
친구. 잘 지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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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랑구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