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45
1
작년 이맘때쯤에는 몸무게가 너무 빠져서
"왜 이렇게 빠졌어요? 무슨 일 있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좀 찐 상태인데 사람들이
"왜...왜..이렇게...?"
라고 한다.
뭐 마음의 상처가 될게 아니라서 그냥저냥 넘기는데, 그런 말 줄임표가 약간 신경 쓰였다.
2
얼마 전 아버지는 져니를 보시더니
"네가 30일간 절 운동을 하면, 운동 기구를 사주겠다. 어떻게 내기해볼래?"
..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딸내미 운동시키는 게 목적이셔서 딸이 질 때 내놓을 뭔가에 대해서는 거래하지 않으셨다.
그냥 딸이 이길 때 당신이 해줄 것에 대해서만 언급하셨다.
딸내미, 져니는 손해 볼게 없었다.
"OK! 할래요!"
3
오랜만에 집에 온 오빠가 나를 찬찬히 살펴봤다. 그리고 물었다.
"너 몇 KG이야?"
"좀 쪘어. 왜? 많이 쪄 보여?"
"흠.... 건강에 안 좋아. 빼는 게 좋겠다. 내기할래?
네가 1년 안에 몸무게를 빼면 KG당 5만 원씩 쳐서 상금을 줄게.
5KG 빼면 25만 원을 주겠단 소리야. 어때? 할래?"
"내가 지면 뭘 줘야 해?"
"벌써부터 질 생각을 하나? ㅋㅋ 하긴 생각보다 1년에 5kg이 쉽지 않지.
네가 지면 25만 원의 절반만 줘. 어때? 이기면 되잖아. 해볼래?"
"으흠.. 좋아. 할게. 흐음.. 내년에 25만 원으로 뭘 하지?"
4
져니,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되게 좋았다.
운동기구 생겨, 돈 생겨, 날씬한 몸매 생겨.... 해볼만했다.
별달리 어려운 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기분도 좋고 머지않은 미래에 생길 이익들로 감정이 상쾌했다.
그런데 문득... 남자 가족들이 그러한 내기 제안을 하는 심중을 헤아려봤다.
5
갑자기 주변이 어둑해졌다.
핀 조명이 내 머리 위를 비쳤다
빗금이 쳐진 내 얼굴과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되게 .........쪘나?
6
내가 너무 내 몸을 놔버린 것은 아닐까.
평소 운동을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씀도 괜한 잔소리는 아니셨다.
체중이 좀 늘었다지만 딱히 불편함이 없어서 그냥 먹고 자고 놀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당신들의 불리함을 감수하면서 내기를 걸어오는 남자 가족분들.....
그분들을 보니 뭔가 어질어질하기도 하고 져니는 느껴지는 바가 컸다.
7
져니는 요즘 먼저 시작한 아버지와의 내기를 수행 중이다.
일단 하루에 한 번 절 운동을 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아버지가 거실에서 tv를 보실 때 한쪽 곁에서 매트를 깔고 절 운동을 한다.
그건 아버지가 져니를 못 믿으실까 봐 가 아니라, 져니가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이다.
[져니! 너 한다면 하는구나! 근성 있네.]
...라고 말하시는 인정을 받고 싶달까.
8
아버지와의 내기를 열심히 수행하면 오빠와의 내기에서도 승산이 높아 보인다.
일단 30일을 열심히 절 운동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운동을 지속하여 1년 뒤에 5KG 감량에 성공해야겠다.
충격에서 벗어난 져니는 마음을 다져먹고 아버지 오빠가 거저 주려고 하는 것들, 그 좋은 것들을 획득하리라 결심했다.
핀 조명은 꺼졌고 주변은 다시금 환해졌다.
져니의 마음도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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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이외의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실험을 하고 실수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전거 타기이건 다른 새로운 일이건 상관없다.
실험과 피드백, 새로운 실험이라는 사이클이 항상 그 안에 있다.
-찰스 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