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24

by 배져니
20160831-자동차 사본.jpg


1


아침에 외출하려 하는데 어머니께서 "비 온다. 날이 춥다. 긴바지 입고 가라."라고 하셨다.

그래서 긴 청바지를 입고 약간은 두터운 감이 있는 칼라 반팔티를 입었다.

나가려고 하니 내 모습을 본 어머니 다시 말씀하신다.


"날이 춥다. 위에 뭣좀 걸치고 가라."


"그냥 갈게요."


계단을 내려가 1층 출입문 앞에서 우산을 쫙 펼쳤다.

시원스레 확 펴져야 하는데 한쪽이 덜렁덜렁하다. 살 하나가 고장이었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고 힘이 없었는데 다시 계단을 올라가 헉헉거리며 집에 가서 다른 우산을 집어 들고 다시 출입문 앞에서 우산을 폈다. 멀쩡한 우산을 들고 건물을 나섰다. 바람이 휑하니 부는데 좀 서늘했다.


어라? 이게 시원한 것일까, 싸늘한 것일까?

음.. 아직 여름 열기가 가시지 않았어. 시원한 걸꺼야. 그냥 가자. 무엇보다 다시 계단을 올라갈 힘이 없다.


발길을 잠시 돌렸다가 원위치해서 가야 할 길을 갔다.

그때 다시 바람이 휑~ 부는데... 이거 좀 추운데... 아니야 견딜 수 있어.... 다시 계단 오르기 싫어. 귀찮아.

그냥 가자.... 그러나 바람이 또다시 휘잉~~... 이건 추운 거다. 잘못하다 감기 걸리겠다... 아.. 힘들어서 계단은 못 올라가겠는데....



나는 집을 향해 걸어가며 전화를 걸었다.


"날이 추워. 엄마. 내 겉옷 좀 가지고 내려와 줘요."


-"거봐. 춥다니까."-


내가 집 건물 앞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내려오셨다.

"고마워요~" 짧은 말을 날리고 얼른 받아 들어 걸쳤다.

시간이 빠듯해서 그냥 막 나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 어머니는 걸어나가는 나를 빤히 바라보시며 눈길을 떼지 않으셨다. 아마도 내 옷매무새가 잘 정돈됐는지를 보시는 것이리라.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어머니의 시선에서 애정을 읽은 나는 죄송스러웠다.

내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면 어머니는 계단을 올라가셔야 한다.

내가 올라가기 번거로운 계단이 연세 드신 어머니라고 번거롭지 않겠는가 말이다.


속으로,


'어머니 계단 오르기 운동이 그렇게 좋대요. 티브이에 막 공익광고도 하더라구요.

다 그런 거 생각하고 내려와 달라고 한 거예요.'


...라고 썩을 놈의 변명을 하며 더불어 애교까지 부린다.


'저 잘했죠? 저 예쁘죠?'


속으로만 그랬다.









2


금요일 새벽. 번개와 천둥이 서너 번 치더니 비가 쏟아졌다.

몰아쳐서 내리는 장대비가 기분을 좋게 했다.

막상 그렇게 내리는 비는 아픔을 겪는 사람의 절규나 통곡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는 기분이 좋다.

마치 하늘이 대신 목놓아 울어주는, 그래서 대리만족이 되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기분은 좋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는 않지만 후련함을 느낀달까.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좋다.







-------------------------------------------------------------------



자신의 건강을 살펴보라.

만약 건강하다면, 신을 찬양하고 건강의 가치를 양심 다음으로 높게 치라.

건강은 필멸의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제2의 축복이자,

돈으로 살 수 없는 복이니.


-아이작 월튼 명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위!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