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너!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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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주 금토일은 너무 더웠다.

어찌나 더웠는지 내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늘 켜놓는 컴의 본체 전자 온도계가 36도를 표시했다. 컴 본체가 그렇잖아도 더운 방을 더 데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이 켜져 있는 안방으로 피신을 했다. 내리 3일을 거의 안방에서만 지냈다.

컴 앞에 있을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의도치 않게 3일을 놀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3일을 노는 도중 스멀스멀 죄책감이 올라왔다.


이렇게 쭈욱 놀다니...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던데.. 나는 노는데 세끼를 다 먹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어차피 놀 거면 후련하게 놀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더워서 그냥 누워서 빈둥, 그리 재미있지도 않은 TV 시청으로 시간을 보냈다. 죄책감은 죄책감대로 빵빵하게 느끼면서 말이다.




주말이 끝나고 강좌에 갔더니 선생님이 나를 보고 말씀하신다.


"저번 주는 안 그랬는데, 왜 그렇게 무기력한 얼굴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


수강생들이 다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을 느끼면서 비로소 내가 정말 만사 귀찮다는 심정으로 늘어져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더위에.... 지쳤나 봐요....."


대답하는 그 어투에 지친 감정이 진솔하게 묻어나서인지, 폭염의 기승을 충분히 공감해서인지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웃더라.


"날이 덥죠.. 이번에 서울이......"


선생님은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셨고 수강생들의 눈도 선생님을 향해 옮겨졌다.


3일을 아무것도 안 하고 논 게 찜찜했는데 이제는 무기력한 기색으로 시선을 모으다니... 참.

더위를 탓하고 싶다.


더위! 너 어어어~(홍진영 버전)









2


컴퓨터 모니터가 말썽이었다. 서비스센터에 접수를 하고 불과 2시간 만에 기사님이 오셨다.

기사님은 모니터를 분리하시더니 15분 만에 다시 조립, 뚝딱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보통 모니터 수명을 4년 정도로 보는데 이 기기가 2008년 기종이니까 그때 사셨으면 8년을 쓰셨네요. 아주 잘 쓰신 거예요."


"저는 본전 뽑았어요. 하루 10~12시간 사용했거든요."


대략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처음엔 15시간 이상씩, 매일, 5년을 그렇게 사용하고 다시 10시간 이상씩, 3년을 더 사용했으니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수리하고 나니 멀쩡해져서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사용할 것 같다.


그 당시 40만 원 주고 이 모니터를 살 때는 비싸다는 느낌이었는데 예상 수명보다 더 긴 8년을 사용했다니... 튼튼하게 잘 만든 제품인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님은 이 제품에 대해서 디스를 하신다.


"이 제품은....(중략)...... 수리할 때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거예요. 막 만든 거죠. 거기에 이 제품을... 수리할 때....(중략)... 70%는 잘 부서지거든요. 물론 지금 이거(내 모니터) 수리할 때는 안 부서졌어요. "


기사님이 몸담은 자기 회사의 제품을 디스 할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다행이네요. 와! 전문가!"


단종된 제품이라 피해 여파가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서 디스를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었나?


아무튼 친절한 기사님. 잘 고쳐주시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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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딸기 맛을 지니고 있듯

삶은 행복이란 맛을 지니고 있다.


-알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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