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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Sep 12. 2020

자잘한 이야기 18

시즌6-052







1


오빠 부부가 사는 아파트 천장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윗집의 화장실 바닥에 문제가 있었는지 오빠 집에 똥물이 떨어지고 그랬던 모양이다.

윗집의 주인과 연락을 취한 뒤 비용처리에 대해 합의한 오빠 부부는 업체를 불러 공사를 시행했다.

근데 공사를 끝내고 윗집 주인 측에 연락하여 공사비를 청구하니 다 못 주겠다고 했단다. 아주 터무니없이 조금만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부당함을 느낀 오빠와 언니가 여러 차례 연락을 해서 어느 정도 선에서 비용을 부담해달라고 했으나 그들이 제시한 금액 외에는 줄 수 없고 혹여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제시했던 금액도 없던 걸로 하겠단다.

오빠 내외는 마지노선의 금액을 제시하며 여러 차례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거부하며 줄 수 없다고만 하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미 화는 쌓일 대로 쌓였고 오빠 내외는 이건 돈 문제이기도 하지만 도리와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 결국 재판을 걸었다.





2


나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작년 가을에 알았다. 내가 알게 된 그 이후에 타협점 협의, 합의 무산, 다시 타협, 합의 무산을 거쳐서 내용증명 발송, 재판까지... 정말 생략해 말해서 그렇지 그간 사연이 구구절절하게 많았더라.

결국 재판에서 오빠 측이 승소했다. 저쪽은 다시 재판을 걸겠다고 했다던데 별수 없었나 보다

아까 오빠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쪽이 판결대로 금액을 입금했다고 한다.

오빠와 언니 윈(Win)!




3


내 일처럼 후련하다.

진짜 나의 일이었다면 되게 스트레스받았을 것 같다.

오빠 내외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억지 부리는 윗집 주인을 법으로 이긴 것이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정도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간접 체험자의 입장에서라도 억울함을 느끼긴 싫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피해자가 또 피해 입는 일이 없는, 억지 쓰는 사람이 없는, 합리적이고 바른 사람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4


따져보니 이 일의 해결은 장장 1여 년이 걸렸다. 

오빠 언니, 둘 다 민감한 사람들이라 신경을 안 쓴다 해도 전혀 안 쓸 수는 없었을 텐데 예민해지지 않고 그 상황을 잘 겪어낸 것 같아 보인다.

두 사람은 원래 애정이 좋아 보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두터운 전우애까지 생긴 것 같이 보인다.

 앞으로 애정, 전우애, 사랑, 우정, 자매애, 형제애, 남매애 등등.... 갖다 붙일 수 있는 '애(愛)'는 다 모아서 듬뿍듬뿍 보듬고 살기를, 뭐 안 그래도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지만 더 좋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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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없는 힘은 무력이고, 또한 힘없는 정의는 무효이다.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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