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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Oct 24. 2020

머리카락과 제비

시즌6-058





1


숏컷 스타일에서 머리를 길러 등까지 치렁하게 된 상태이다.

머리카락이 길어지니 난감한 일이 생겼다.

어느 순간 머리카락이 방바닥에 좌악 깔려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니 무시할 수 없어서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쓸어 모아 버린다.

그런 상황이 여러 번, 쓸어 모은 머리카락 양이 상당하다.

그런가 하면 머리를 감을 때는 더 심각하다.

샴푸를 하면 어느 정도 빠져나오는 머리칼이 있기 마련이다.

근데 지금은 샴푸할 때도 린스 할 때도 정말 엄청스레 빠져나온다.

숏컷이었을 때보다 지금 머리카락의 길이가 3배 정도 더 길기 때문에 모아서 보면 월등히 많아 보이는 것도 같다.

어쨌든 하수구멍에 걸린 머리카락을 모으면... 새 둥지 하나가 나온다.

실제 필요하다면 새에게 기증하고 싶다. 어찌나 넉넉하고 풍성하게 모였는지 딱 새 둥지이다. 



2


쨔샤, 이주하기 전까지 순모 둥지에서 지내도록 해, 내가 무상으로 머리카락 제공할게. 




3


이렇게 해서 머리카락을 제공받은 제비는 은혜 갚으러 내년에 박씨를 물고 올 것이고 ....

와아! 나 부자 된다!




4


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탈모는 반갑지 않다. 이게 과연 탈모인지 아니면 단순히 머리카락이 길어서 더 많이 빠지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언니의 머리가 긴데 언니에게 물어봤더니 그녀 역시 "뭉치면 되게 많다"라고 하더라. 


언니, 저와 함께 새 둥지 사업을.... 부자가 되어보심이....


이게 아닌데.. 어쨌든 깔끔하게 관리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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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토마스 바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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