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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Mar 13. 2021

아점과 2.3.요리

시즌6-078






1


2월 말, 집에 있는 재료로 팬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런 후 부모님께 드렸다.

오후 3~4시경이라서 출출하신 부모님은 썩 기대하지는 않고 받아들어서 베어 물으셨다.


"어때요? 맛있어요?"


내가 반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부모님은 짧게 대답하셨다.


"맛있다."


내가 먹어봐도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냥 수고했다는 의미인지 진심 맛있던 것이신지 알수가 없었다.






2


며칠 뒤, 오후 3~4시경 어머니가 내게 말씀하셨다.


"너 잘하는 그 빵, 토스트나 팬케이크든 뭐든 먹게끔 만들어 와 봐라."


그래서 알았다. 진심으로 내가 만든 토스트가 맛있나 보다.

이날 토스트를 드신 아버지는


"햄버거보다 더 맛있다."


..라고 하셨다.

손목에 한삼을 착장하고 탈춤을 출까 했다.

만들어와봐라,라고 시키신 자체가 어머니의 인정이었고, 맛 평가를 후하게 해주시는 아버지의 그 말씀도 인정이었다. 나는 신이 났다.




3


나는 웹 쇼핑을 시작했다. 더 맛있게 드실 수 있게 소스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이 난 상태라서 거침없이 웹 장바구니에 마구 집어넣고, 비교적 재빨리 취사선택을 한 뒤, 결제는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시면서, 쓸데없이 많이 사지 마라,라고 하셨지만 또 썩 못마땅해하지는 않아 하셨다. 




4


3월, 한 달에 한 번 부모님께 요리를 대접하기로 했는데 3월엔 찜닭을 해드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 사촌 분이 토종닭 한 마리를 주고 가셨다.

닭이 무려 2.3kg 짜리이다. 어머니는 반 마리를 고아서 탕을 만드셨는데 어찌나 양이 많던지 양껏 먹어도 고기가 남았다.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이렇게 거하게 삼계탕을 먹었고 앞으로도 한번 더 거하게 남은 반 마리를 먹어야 한다.

그럼 나는 찜닭을 언제 만들지? 맛있게 먹으려면 시간이 조금 지나서 입맛이 당길 때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혹은 다음 주에 곧바로 만드는 건 대접의 의미가 되기보다, 매일 나오는 밑반찬 같은 느낌이지는 않을까?




2월 말에 팬케이크를,  3월 초에는 토스트를 부모님께 대접, 맛있었다는 인정을 받았다.



아침식사 겸 점심 식사는 '아점'이라고 한다.

2월 말 요리와 3월 초 요리는 '2.3. 요리'라고 명명하겠다.

그럼 아점이 아침식사와 점심 식사를 동시에 해결하는 식사인 것처럼

'2.3요리'는 2월과 3월을 아울러 대접한 요리인 것이다.

고로 나는 1월 2월 3월 동안 부모님께 요리를 대접한 셈. 으쓱!

매달 요리를 해드리겠다는 계획을 지킨 셈.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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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구차하다. 크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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