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교실에서 수강생들이 열심히 재봉틀을 사용하여 옷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강의실을 둘러보시며 수강생들의 진도를 살피고 간간히 잡담을 하시기도 했다.
어쩌다가 벌레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 옆자리의 언니가 말한다.
"과일을 잘라서 건조시키는데 얼마 뒤에 보니 하얀 벌레가 나오더라구. 들어갈 틈이 없었을 텐데..."
다른 언니가 말한다.
"모르는 새에 벌레가 들어가서 알 낳았나 보네."
선생님이 이어서 말씀하신다.
"그거 아세요. 파리가 앉았던 데에는 벌레가 생긴 대요. 잠깐 앉았어도 그 새에 파리가 알을 낳는다네요. 알을 여기저기 여러 번 낳는대요."
그 말을 듣고 있자니 파리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알을 숨풍 숨풍 낳는다는 소리 같았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파리는 산고(産苦)가 없나 보다...."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히나 웃음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언니분들이 푸웃 하고 웃으니 머쓱해져서 나는 모른 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재봉질에 열중했다.
2
여성교실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했다.
나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었다.
이 강의실은 재봉반 이외에도 다른 여러 종류의 반이 함께 쓰는 강의실인데 이전날엔 꽃꽂이 반이 사용했던 모양이다. 강의실 한쪽 서랍장 위에 예쁘게 꽃꽂이가 되어있어서 보기 좋았지만 나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으니, 바닥을 쓸다가 꾸물거리는 하얀 애벌레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꽃꽂이에 쓴 꽃과 풀에 붙어있다가 떨어진 벌레인 듯했다. 개미나 파리였으면 어떻게든 대처했을 텐데 정체 모를 살아있는 두꺼운 애벌레는 징그러워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어엇.. 벌레다......"
나의 중얼거림에 근처에 있던 선생님이 놀라신다.
선생님은 벌레라고 하면 정말 끔찍이도 싫어하고 개미마저도 너무 싫어하시는 분이다.
"벌레요? 아아악!"
라고 하시더니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나는 빗자루를 들고 서서 난처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도 벌레를 좀 징그러워 하는 편이라서 그랬다. 그때 민아 언니가 곁으로 와서 슥 그 벌레를 한 번 보신다.
저쪽에선 호탕하신 TS언니는 성격답게 외치신다.
"밟아 죽여버려요!"
여성스럽고 친절한 민아 언니, 그 사이 종이컵을 가져와서 벌레를 슥 컵 안으로 밀어 넣는다.
"밟지는 못하겠어. 터지는 느낌이 싫어서....."
라고 하시며 강의실 바깥 길가에다 벌레를 버리고 들어오셨다.
벌레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벌레는 너무 징그러워요....."
아까 내 근처에 있다가 사라진 선생님은, 내 반대편 테이블 너머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셨다.
벌레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
벌레가 나왔다는 소리만으로 도망가는 사람.
벌레를 밟아 죽이라는 사람.
벌레를 잡을 수는 있으나 터지는 건 징그러워하는 사람......
벌레 한 마리 덕에, 짧은 시간 동안 가지각색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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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서 잎사귀 하나라도 의미 없이는 뜯지 않는다.
한 포기의 들꽃도 꺾지 않는다. 벌레도 밟지 않도록 조심한다.
여름밤 램프 밑에서 일할 때
많은 벌레가 날개가 타서 책상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창문을 닫고 무더운 공기를 호흡한다.
-A.시바이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