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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24. 2021

자잘한 이야기 23

시즌6-084




1


아버지는 식사 약속이 있으셔서 나가는 참이셨는데, 어찌하다 보니 어머니와 티격태격을 하셨다. 

한 2분간의 실랑이 끝에 아버지가 나가셨고, 남아계신 어머니는 내게 계좌번호를 주며 말씀하셨다.


"여기 이 계좌로 돈 넣어라."


"여기가 어딘데요? 뭣 때문에 넣어야 해요?"


"니 아빠 것으로 십전대보탕 주문했다."


지난달에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약해드시라고 카드를 내어주시더만 이번엔 어머니가 아버지를 챙기신다.

실랑이하고 말다툼하셔도 두 분 다 '짝꿍이 최고'인 모양이시다.





2


얼마 전엔 잠이 들랑 말랑하다가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람 소리가 들렸다. 

나에게 질문을 하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질문을 어렴풋이 알아듣고 대답을 하려 했는데,


"어?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라며 재촉하신다.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 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알아들으시기 쉽게 똑바로 크게 소리를 내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잠에서 완전히 깨어버렸다.

눈앞에 어머니가 나를 보고 계셨다.


"꿈꿨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횡설수설...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꿈에서 뭘 했니?"


나는 약간 성질이 났다. 깨어버린 것도 못마땅한데 횡설수설했다니, 내가 취한 사람 같았다는 말씀인가 싶어서 한순간 속이 상했다.

잠은 완전히 깨었고 나는 내가 말하려던 것들을 확실하게 알아들으실 수 있도록 정확한 목소리로 말하려 했다.


"꿈이 아니라... 태블릿이... 화면이.. 그걸... 꿈이 아니고... 그러니까... 내가.."


현실로 돌아오긴 했는데 가수면 상태에서 떠올랐던 대답들이 싹 다 날아가 버렸다. 

생각이 나지 않았고 정말 술이라도 먹은 것처럼 혀가 꼬였다.


"뭐라고?"


어머니의 재차 하신 질문에 나는 답했다.


".... 꿈꿨어요...."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니 마음이 편했다.

근데... 태블릿.. 그게 어쨌다는 말이었을까? 내가 한 말인데 내가 다 궁금하네.




3


이제 4월도 얼추 막바지, 완연한 봄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옥상에 올라가 봄볕을 받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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