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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Apr 17. 2021

자잘한 이야기 22

시즌6-083



1


지난주 선거일, 우리 집 세 사람은 각각 알아서 투표를 하고 왔다.

전날까지 아버지와 나는 각각 다른 지지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어머니는 심중을 알지 못하게 부녀 간의 다른 의견을 듣고만 계셨었다.

선거일 날 저녁, 다 함께 저녁 식탁에 모이자 아버지가 물으셨다.


"누구 찍었냐?"


"그건 비밀인데요, 아버지는 누구 찍으셨는데요?"


빤히 알면서 물으시는 것이었고, 빤히 아는데 여쭤본 것이었다. 아버지의 대답은 이러하셨다.


"허땡땡 찍었다."


어머니가 수저를 입에 넣으시다가 풋 하고 웃음을 참으셨다. 


"엄마는 누구 찍으셨는데요?"


"허땡땡. 너는 누구 찍었니?"


어머니마저 농담으로 일관하시니 내가 뭐라 하겠는가?


"나? 나..나는..아마...허땡땡."


모두 잠시 침묵했다가 동시에 실소를 날렸다.

세 명의 거짓말쟁이들이 즐겁게 식사시간을 보냈다.





2


뭘 좀 배우러 다니고 싶은데, 도저히 코로나 시국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

미리미리 제과 제빵을 배워놨으면 지금 같은 날에 집에서 쓱싹 베이킹해 먹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니면 재봉을 좀 더 배웠다면 앞치마나 가방 같은 것을 만들어도 소일거리로 좋을 테고 말이다.

그게 다 작년 초에 계획한 목록들인데 얼마나 묵혀두어야 다시 계획으로서의 빛을 발하게 될까?

그러나,'계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인생이 망한 것.'이라고 과대 비관하지만 않는다면 계획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보통 계획을 세울 때에는 희망을 품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분도 상쾌하고 의욕 수치도 높은 편이고 말이다. 

내 생각이지만,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아있던 희망이라는 녀석에게 필기구를 쥐여준다면 분명 녀석은 일일 일정이든 월말 일정이든 '계획'이라는 것을 세웠을 것 같다.


배우러 외출하는 학습에 대한 계획이 어그러졌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 나는 희망을 품고 계획을 세웠다. 4월 초에도 세웠고, 4월 중반인 지금도 다시 세우려고 한다.

말했듯이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내가 그렇지 뭐.'라고 자학하지만 않는다면, 계획은 세우기 쉬워지고 재미있어진다. 

게다가 학습의 경우, 유튜브로 배울 수 있는 분야가 꽤 많다.

수채화 그리는 법도 그렇고, 모카 포트 사용법을 배우는 데에도 유용하게 시청했다. 

요즘은 좀 더 깊이 있는 맛을 내는 핸드드립법을 찾아서 보는 중이다. 

보고 배울 만한 동적인 요가, 스트레칭, 체조 등도 찾아봐야겠다. 동글동글한 몸뚱이(ㅠㅠ)를 위해서 필요성을 느낀다.


쓰다 보니 유튜브 찬미자가 된 것 같다. 뭐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3


결론은 정적인 것이든 동적인 것이든 배우고 싶은 것의 입문 단계는 유튜브 방송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내면의 '희망이'에게 모나미 볼펜을 쥐여주고 계획을 세우라고 독려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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