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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May 29. 2021

조금 더 아는 분야

시즌6-089





1


아직도 부모님의 영향권 아래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영향권이 척박하고 배고프고 힘들면 어떻게든 뛰쳐나갔을 것이다.

부모님의 영향권은 언제나 아열대의 온화한 기온으로 풍요롭고 먹을 게 넘쳐나고 편하기 그지없다.

배부른 소크라테스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호의호식하는 사람은 사색, 철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생활에 궁핍이 있을 때 비로소 내면으로 파고들어 성찰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리라.

다행이다, 원래 나는 철학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냥 배부르게 먹고 자고 놀고, 하지만 양심은 있으니 쬐끔 공부하고 작업하고, 뭐 그렇게 살란다.




2


비가 내려서 기분이 좋았다. 외출하느라 비를 맞았고 빗줄기가 거세서 집을 나선지 얼마 안 되었는데 신발의 반이 젖어버렸다.

습기에 걷는 모양새도 불편해지고 기분도 찜찜했지만 오랜만에 걸음수 체크 앱을 사용해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요즘에 하지 않았던 운동을 걷기 운동으로 무마, 상쇄, 대체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깜박하고 앱 실행을 안 했더라. 그래서 체크된 걸음수는 '0'이었다. 쳇.

사색을 안 해서 깜박을 잘하는 걸까? 휴우~(깊은 한숨.)




3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걸어 다니고 서 있고 했다.

힘이 넘치는 오전 나절에 움직였는데 한 4시간 걷고 숙이고 서 있고를 계속했더니 집에 돌아와서 녹은 초콜릿처럼 흐물해져서 바닥에 늘어졌다.

체력도 운동 신경도 저하되고 사색의 시간도 생각의 작동도 거의 안 하고 살았지 뭔가.

그래서인지 자꾸 깜박깜박하고 뇌에 살이 찌는 느낌이다.

이 느낌은 나만의 것, 소크라테스 삼촌도 모를 꺼다.

나는 뇌에 살이 쪘다.

소크라테스 삼촌은 그 느낌을 모른다.

고로 난 삼촌보다 쪼끔 더 아는 분야가 있다.

고로 난 삼촌보다 훌륭한....

고로 나는 삼촌보다 박식한...


쩝. 그럴싸한 결론은 안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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