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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n 19. 2021

자잘한 이야기 29

시즌6-92






1


어머니는 오디 5kg을 구입하셨다.

택배로 도착한 오디 열매를 통에 넣고 담금주를 부어 오디주를 만드실 채비를 하셨다.

나는 도착한 오디 열매를 채 4개도 먹지 못하고, 그것들이 고스란히 술에 잠기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이 술은 명백히 아버지를 위한 어머니의 선물이었다.


점심시간, 아버지는 반주로 술 한 잔을 하시려 했다.

그러나 미리 땅콩 막걸리를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아서 맛이 시어져 버렸고 아버지는 심기가 불편해지시고 말았다.

보관을 야무지게 하지 못한 어머니께 책임(?)을 물으려 했으나 그때 마침 어머니가 오디주를 담그고 계셨던 것이다.

그것이 당신 것임을 아시니까 아버지의 앙다문 입매가 풀리면서 눈빛도 비로소 자애롭게 바뀌셨다.




2


져니는 요즘 쇼핑을 웹에서 거의 다 한다.

그렇게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할 때가 많아서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져니, 너, 외출하기 싫으니까 앉아서 쇼핑하려고 그러는 거지."라고들 하신다.

그래서 웹 쇼핑을 자제하다가 이번 오래간만에 웹으로 아버지를 위한 물품을 샀다.

아버지는 잦은 택배로 져니의 소비를 가늠하고 계셨는데 한동안 좀 잠잠한가 싶다가 또 택배가 온다니 져니가 과소비한다고 여기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택배 포장에서 져니가 꺼내 든 것이 등산 가시는 당신을 위한 벌레 기피제임을 알고 나시니까, 일단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시고는,


"돈도 없는 게 왜 자꾸 쇼핑하냐? 인터넷에서 그만 사라."


....라고 하시는데 얼굴 표정은 아주 흡족해하시는 모습이시라서 져니는 그냥 웃고 말았다.




3


한 여자는 당신의 애주 성향을 존중해주고

다른 한 여자는 당신의 취미 등산을 응원해 주고.

두 여자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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