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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l 03. 2021

번개와 천둥

시즌6-094




1


비가 오다 말다 한다.

게다가 천둥이 치는데 날이 밝아서 번개 빛은 보이지 않는다.

천둥은 자고로 한밤중에 번개와 함께 콰쾅 울려야 맛있는데.

이거, 섭섭해.




2


참고로 번개가 칠 때 나는 초를 잰다.

짤막한 설명을 하자면, 하늘 저 위에서 구름 속 전하가 맞부딪히며 강한 불꽃과 소리가 발생하는데 불꽃은 번개이고 소리는 천둥이다.

동시에 생겨나는 번개와 천둥이지만, 빛은 속도가 빠르고 소리는 초당 340m로 이동한다.

속도가 엄청 빠른 빛이 발생과 동시에 우리 시야에 들어오고 그동안 천둥은 몇 초 뒤에 울려 퍼지며 도착하게 된다. 그래서 번개와 천둥은 동시에 발생하지만 우리에게 도달하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번개가 치고 나서 초를 재어본다. 번개가 친 뒤 천둥소리가 10초 후에 들렸다면 그건 천둥이 340m/s의 속도로 10초 걸려서 우리 귀에 들리는 것이니 번개와 천둥은 3.4km 떨어진 저 하늘에서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천둥이 칠 때마다 헤아려봤지만 여태껏 제일 짧았던 시간은 8초였던 것 같다. 대부분은 12초~14초 정도였다.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10초 후에 도달하는 천둥과 14초 후에 도달하는 천둥의 소리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긴 시간 후에 도착한 천둥은 소리가 좀 작다.




3


2년 전 여름이 어찌나 더웠던지, 에어컨 찬바람이 그다지 몸에 좋지 않다시며 견디시던 우리 부모님도, 2년 전 여름은 어쩌지 못하시고 에어컨을 여러 번 작동시키셨다.

그에 비해 작년 여름은 정말 하나도 안 더웠다. 에어컨은 필요가 없었고 그저 선풍기가 조금 바쁘게 돌아갔을 뿐이다.

이제 곧 장마철이다.

덥고 습하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거기에 수해라도 발생하면 울화도 생긴다.

적당히 덥고 적당히 습하고 적당히 비가 내리고 적당히 번개 천둥이 치면 좋겠다....

.

.

.

.

사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천둥 치는 날 물난리 날까 걱정하기보다 하늘 어디선가 거인족이 방귀 뀌는 중이니, 그 똥꼬에 코르크 마개를 껴 넣는 상상을 하며.....

.

.

.

그러나 재차 연이은 거인의 방귀로 마개가 날아가 어느 영감의 볼따구니에 박혔고 그 영감이 바로 혹부리 영감이었으며, 그는 오디션을 보고 싶었으나 나이 제한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스타킹에 나가서 노래 재주를 선보이려 하나 이미 어리고 예쁘고 실력 있는 노래쟁이들은 다 나왔기에 그는 상대적으로 평범하다고 출연을 거부당했다. 결국 혹부리 영감은 자신의 혹 때문에 출연을 거부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속세를 떠나려 한다. 그래서 올라간 산에서, 도인 같은 자연인을 만났는데 그 자연인에게 종양 제거에 효과가 있는 약초를 얻어먹었고 얼굴의 혹은 사라졌다. 얼굴의 혹이 사라지자 영감은 드물게 멋있는 꽃중년의 풍모가 드러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스타킹 작가가 그를 섭외한다. 한편..... 내가 지금 배가 고픈 상태이다.




4


그냥 막 썼다.

아무튼 수해는 정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가끔 천둥번개는 왔으면 좋겠다.

오늘 글은 쓸데없이 좀 길어졌는데... 솎아낼 힘이 없다.

허기가 져서 밥 먹으러 가겠다. 이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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