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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15. 2022

자잘스토리 7 - 007 - 지하철에서의 한때-1






1


수년 전의 일이다.

그날 나는 오전에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마침 좌석 끝자리가 비어있었고 수월하게 앉을 수 있었다.

맞은편에는 어떤 남녀가 앉아있었다.

여자는 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남자는 멀뚱히 앉아있다가 마침 들어와 앉는 내가 눈에 걸렸는지 나를 살펴보는 기색이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하철 내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한가로웠기에 움직이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관찰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지 싶었다.

마침 여자가 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남자에게 뭔가를 말했고 남자는 작게 대답해 주었다. 그것으로 두 사람이 동행임을 알았다.

사실 그걸 보지 않아도 두 사람이 연인임을 짐작했다.

앉아있는 밀착도가 컸고 어깨의 방향 각도가 서로를 향해있었기 때문이다.

두 남녀는 앉은키가 컸고 다리도 길어 보였다.

여자는 긴 생머리에 캐주얼한 복장이었는데 꾸미는데 능숙한 듯 세련된 모습이었고, 남자도 눈이 크고 적당한 체격에 깔끔한 복장이었다.

둘 모두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였다.

어쨌거나 나는 나대로 40여 분간의 행로를 지루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폰으로 동영상 불러왔다.

그때 당시 방영되던 드라마였고 영상 타임 38분쯤부터 재생했다.

드라마에 집중하다가 시선을 느꼈다.

뭔가 걸리적 거리는 시선이라서 눈을 들어바라봤더니 앞의 그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남자는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내가 느끼기엔 그 남자가 나를 쳐다봤던 것 같은데, 뭐,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연찮게 쳐다보다가 예기치 않게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자신이 먼저 쳐다봤다고 내가 오해할까 당황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남자가 당황하니 나도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드라마를 봤다.

사실 지하철에서 눈을 마주치는 일이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기에 쉽사리 잊고 다시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참 드라마의 내용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고 또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남자 옆의 이성, 여자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여자는 '허, 참내.'하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쳐다봤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음.. 그 여자는 나를 째려봤다.

눈으로 화살을 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찌나 따갑던지...(앗따거, 앗따거..)

나는 재미나게 드라마를 즐기다가 갑작스러운 화살 공격에 어리둥절해졌다.

갸우뚱하며 여자를 쳐다보니 여자는 남자를 슬며시 바라봤다.

여자의 시선을 따라 나도 그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몰래 잘못하다가 엄마에게 걸려서 혼나기 직전인 아이처럼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풀이 죽어있었달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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