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Jan 29. 2022

자잘스토리 7 - 009 - 재미있으려고 읽는






1


예전 지인이 주신 소설책을 읽고 있다.

집에 읽지 못한 책이 꽤 있어서, 읽어야 할 책이 더 쌓인다고 생각하면 약간 부담이었으나 책이 싫을 리는 없었기에 지인이 주시는 책을 넙죽 받았다.

벌써 여러 해가 지났는데 지금에서야 읽는 것은 그분이 주신 책이 비교적 근래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간 세계문학을 읽느라 과거를 여행하고 있었다.

제인 에어, 위대한 유산, 모비딕 등을 읽었는데 다행히 이 책들은 재미있었다.

그러다가도 가끔 아무리 세계문학이라 할지라도 조금은 흥미가 안 생기는 책들이 있었다.

애초에 소장한 190권의 세계문학을 다 읽고 나서 현대의 책을 읽으려고 계획했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세계문학의 시대상이 너무 옛날이라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져서 살짝 기분전환이 필요했고 그래서 잽싸게 책장에 꽂아놨던 다른 책을 꺼냈다.




2


그렇게 해서 꺼낸 책이 지인이 주신 <신기생뎐>으로, 여러 해 전에 드라마화되었던 방송의 원작 소설이다.

분명 제목에도 '신'이 붙었으니 확실히 현대의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지금까지 읽는 바로는 30~40년대에서 현대까지의 세월을 아울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신'이라는 글자가 붙었으니 뭔가 현대적이고 편안한 문장이 펼쳐져야 할 텐데 엽렵, 좁장, 가칫가칫, 더펄더펄, 상을 고이다, 젖꽃판 등... 낯선 단어들이 펼쳐져 있어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세계문학의 과거 이야기가 버거워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나, 어럽쇼, 여기도 어렵네.

귀신 피하려다 도깨비 만난 격이랄까?

하지만 그리 생각한 것도 잠시, 읽다 보니 자못 재밌고 낱말을 읽어내려갈 때의 맛이 착착 감기듯 즐거웠다.

이야기도 어렵지 않고 흥미롭고 말이다.




3


어쩌면 세계문학이 과거 이야기라서 어려웠던 게 아닐 수 있다.


아무리 인삼이 몸에 좋다고 해도 삼시 세끼를 인삼으로 채울 수는 없다.

나는 소설 보는 안목을 높이겠다고 세계문학을 주야장천 읽으려고 했으나, 역시 인삼을 반찬처럼 먹기는 어려웠다.

가끔은 포슬포슬한 찐 감자도 먹고, 때로는 시원한 뭇국을 섭취하는 게 더 이롭겠구나 싶다.

세계문학이 좋은 것이니 악착같이 읽어야겠다는 내 마음이 스스로 갑갑증을 만든 것은 아닐지 자문했다.




4


190권의 세계문학책 중 미독한 책이 대다수, 마음은 급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편식하지도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일단 <신기생뎐>을 읽은 다음에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읽을 생각이다.

책을 공부하려고 열심히 읽는 사람은 대단하고 책을 재미있으려고 읽는 사람은 멋있다. 후자를 지향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스토리 7 - 008 - 지하철에서의 한때-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