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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Feb 19. 2022

자잘스토리 7 - 012 - 어머니와 자식







1


세상을 떠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어머니께 간간이 전화를 드렸었는데 통화가 될 때마다 엄청나게 우셔서 난감했었다.

달리 위로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어머님은 계속 우셨다.

그렇게 가끔씩 전화를 드리다가 통화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마지막 통화를 할 때까지도 어머니는 내 목소리를 들으시며 자식을 떠올리고 우셨다.

그래서 나는 내 목소리가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촉발제가 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 전화가 위로의 전화가 될 수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름대로 사는 게 바빠서 전화드리지 못한 것도 있고 조금 세월이 지나야 어머님도 진정이 되시겠거니 싶어서 부러 뜸하게 전화를 드렸다.

거의 1년 넘어서야 연락드린 이번 통화에서 어머니는 "져니는 잘 지냈니?"라고 인사말을 주셨는데 그 목소리가 담담하고 좋았다.

전에는 내 목소리를 확인하시자마자 눈물 젖은 목소리셨는데, 이렇게 덤덤한 목소리가 나오시다니, 이건 세월이 어머니의 슬픔을 좀 경감시킨 것인가?

그러나... 통화가 진행될수록 젖은 목소리가 나오시더니 결국 떠난 자식 생각에 우셨다.

알았다, 어머니에겐 절대 줄어들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을.




2


요즘의 나는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다.

도통 입맛이 없어서 끼니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

콜라, 탄산수, 쿨피스, 두유, 우유, 커피 등...

나의 어머니는 영양가 없는 음료만 먹고 힘이 나냐며 국물 요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셨다.

칼국수, 떡국, 굴 미역국, 사골국 등.

차가운 음료만 마시다가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으니 기분상 힘이 생기는 것도 같다.




3


천하의 불효자는 부모를 놔두고 앞서 세상을 뜨는 놈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아직 건강하다. 자살에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사고사나 자연사,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바, 무엇이 되었건 간에 되도록이면 부모님 사후에 일어나길 바란다.

친구는 사고로 명을 달리했다. 사고사일 뿐이었는데도 친구의 어머님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자책하고 계셨다.

만약 자식이 자살로 생을 달리했다면 부모는 평생을 슬픔과 더불어 죄책감까지 안고 살게 되겠지.

자살은 하는 게 아니며, 건강은 늘 챙겨야 하고, 사고를 항상 조심해서 잘 살아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서.




4


아까 먹은 사골국이 이제야 소화가 되는 모양이다. 몸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구 어머님의 눈물이 처연한 아픔이고 그것이 곧 떠난 자식에 대한 사랑임을 안다.

내 어머님이 매일같이 식단을 달리하여 내게 국물 요리를 해주시는 것 또한 사랑의 발로임을 안다.

둘 다 자식 사랑의 표현인데 그 대상이 있고 없고 가 차이겠다.

나는 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다.

친구도 하늘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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