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골 큰집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셔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오빠가 기차표를 웹으로 예매했다.
그리고 그 표를 아버지 폰으로 받아볼 수 있게 전송했다.
아버지는 폰 사용이 능숙하시지만 또 그런 난도 있는 사용법까지는 아직 익히시지 못하신 바, 내가 구원 출장했다.
구원 등판했는데, 코레일은 몇 번 안 사용해 봐서 나도 버벅.. 겨우겨우 표를 폰으로 받는데 성공했다.
2
아버지는 표까지 구해놨고 해서 시골에 전화를 걸어 곧 내려가겠노라 했지만, 시골 측에서 코로나가 번지고 있어서 아무래도 위험하고 번거롭겠으니 올해는 내려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별수 없이 알겠다고 하고 표를 물러야 했다. 아버지께서 오빠에게 물어보니 표를 무르려면 다시 오빠 쪽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했단다.
여기서 져니 다시 구원 등판!.... 그러나 버벅... .
겨우겨우 반환 카테고리를 찾아서 해결하고 나니 어머니가 칭찬을 해주신다.
"얘도 쓸모 있을 때가 있어."
그 말씀인즉슨 쓸모없을 때가 더 많다는 반어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씁쓸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져니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대꾸했다.
"나 밥값 했쬬! 이 집엔 내가 있어야 한다니깐요!"
의기양양! 기세등등! 위풍당당!
한껏 어깨에 힘을 주고 잘난 척을 했다.
그 과장스러움에는 한번 웃자는 의도가 다분히 섞였던 것인데 부모님은 웃지 않으셨다.
그때 부모님의 눈은 정말 '쓸모 있는 녀석!'이라는 뉘앙스를 쏟고 계셨다.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지만 그 눈빛 속에 '든든한 구석이 일면 있는'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3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당신들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시는데, 어쩌다 가끔 있는 이런 웹 문제를 도와드리면
그것만으로도 되게 큰일을 해준 것으로 쳐주시는 것 같다.
영리하신 분들이라 몇 번 해보면 하실 수 있는 게 많으실 텐데... .
내가 게을러서 알려드리지 못한 것들이 뭔지 생각해 봐야겠다.
많은 것들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래서 '쓸모 있는 녀석'쯤이 아닌 '집안의 핵심 인물'쯤으로 격상되어서,
어머니께 칼국수 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헤헷.
(우리 어머니의 칼국수, 되게 마시따!)